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동래구지부

GRI ‘공무원 퇴출제’… 천편일률 기준 적용보다는 인센티브를

[데일리안 허주연]경기개발연구원(원장 좌승희·GRI)의 웹뉴스에 10일 ‘공무원 퇴출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이 게시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GRI 기획조정실 정책분석팀 윤희웅 연구원은 이 제도가 파격적인 인사개혁안이기는 하지만 민선단체장의 줄세우기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공무원 노조도 이 제도의 실효성과 객관성에 의문을 갖고 저항하고 있는 실정이다.

윤 연구원은 ‘공무원 퇴출제’가 성과 지향적 인사관리제도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성과 지향적 인사관리는 유능한 인재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해 적극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인데 ‘퇴출제’가 곧 성과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보기 어렵다는 말이다.

그는 이어 3%의 퇴출인원을 강제 할당하는 것이 이에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윤 연구원은 이날 끼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각 실·국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천편일률적으로 퇴출인원을 정하라는 것이 문제”라며 “3%라는 인위적인 수치 설정은 객관적이지 못한 기준”이라고 지적했다.

퇴출후보자들에 대한 교육도 문제거리였다.

그는 퇴출 공무원에 대해 소양교육을 실시하거나 잡초를 뽑게 하는 등의 현행 재교육방식이 효과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대신 퇴출후보로 선정된 공무원이 복귀하거나 새로운 직무에 임할 때를 대비해 구체적인 수행 능력을 배양케 하는 등 차후 업무성과를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윤 연구원은 현행 공무원 직무 분석 시스템인 목표관리제와 직무성과개혁제 등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개혁의 주체이자 대상인 공무원의 협조를 이끌어 내려면 합리적인 업무평가 시스템을 먼저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직무분석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은 해당 공무원이 어떤 업무활동이나 과제를 해야 할지 모른다는 뜻이고 해당 기관 역시 공무원이 갖춰야 할 지식·기술·능력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역설했다.

그는 객관적인 직무분석 시스템이 있다면 개혁 주체이자 대상인 공무원들도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며 과감한 인사혁신 방안도 성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윤 연구원은 “일 잘하는 공무원이 더 신명나게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퇴출보다는 다양한 인센티브제를 마련해 열심히 일하는 만큼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공무원 퇴출제의 시행 현황은 어떠한가

‘공무원 퇴출제’는 근무태도가 나쁘거나 능력이 떨어지는 직원을 퇴출후보로 정해 꽁초투기 단속, 잡초뽑기, 교통량 조사 등의 현장업무에 투입하는 인사관리 방안이다.

울산시에서 처음 시작한 ‘공무원 퇴출제’는 현재 서울, 부산, 대구 등 7개 광역자치단체와 수원, 성남 등 23개 기초자치단체가 도입했다.

서울시에서는 실·국별로 3%의 직원을 퇴출 후보로 선정, 운영하고 있다.

감사관은 퇴출 후보 공무원의 현장근무에 앞서 개인 소명서, 대상자에 대한 관리·감독자 면담, 담당 업무의 실적확인, 근무태도와 상황 등을 점검한다.

퇴출 후보 공무원이 타 부서에 전입하지 못하거나 개인 소명기회를 통해 구제받지 못할 경우 6개월간 ‘현장시정추진단’에서 현장업무를 배정받아 수행한다.

이후 6개월간의 현장근무에 대한 업무태도 등을 재심사해 구제·연장근무·직위해제 여부를 결정한다.

이때 직위해제 될 경우 3개월 내에 보직을 맡지 못하면 직권면직도 가능하다.

한편 인천, 대전 등 35곳에서 올해 안에 ‘공무원 퇴출제’를 도입하기로 했고, 이 밖에 22개 지방자치단체가 내년 이후 실시하겠다고 밝히는 등 전 지자체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87곳이 퇴출제를 실시하거나 시행할 계획을 갖고 있다.

‘공무원 퇴출제’는 조직 내 경쟁을 유도하고 업무 긴장감을 조성해 탄력적인 행정·인력 운영을 가능하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또 전반적으로 시민이 불신하는 공직사회에 강력한 경고를 전하는 동시에 퇴출 대상 공무원에겐 자성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제도에 실효성과 객관성에 대한 논란과 공무원 노조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