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동래구지부

[오마이뉴스 이화영 기자]

▲ 민원인 B씨가 공무원 A씨에게 건넨 봉투에서 나온 10만원권 수표 5장

충북의 한 지방자치단체에 근무하는 공무원이 이해관계가 있는 업자로부터 건네받은 뇌물성 돈을 전국공무원노동조합(아래 공무원노조) 부패신고센터에 맡겨 귀감이 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6급 기술직 공무원인 A씨는 "5월 초 야간 근무를 마치고 책상을 정리하던 도중 의문의 봉투를 발견했는데 그 속에 50만원이 들어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소개했다.

퇴근 무렵 한 민원인과의 상담을 기억하고 돌려주려 했으나 때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민원인이 그 지역 사람이 아니어서 전해 줄 수 없었다고 A씨는 전했다.

A씨는 돈을 돌려주려고 몇 번의 연락을 시도했지만 "식사비나 하라"는 민원인의 거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돌려줄 방법을 골몰하다 공무원노조 사무실을 찾아 반납해 줄 것을 밝히면서 돈 봉투 문제는 마침표를 찍었다.

A씨로부터 봉투를 건네받은 공무원노조 측은 11일 '이런 일을 재발 시키지 않을 것'과 '같은 상황이 발생할 경우 사법기관에 고발조치 한다'는 안내문과 함께 돈 봉투를 등기우편으로 민원인에게 돌려보냈다.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돈 봉투를 건네 받았을 당시 봉투를 건넨 사람의 이름으로 사회복지 시설이나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주자는 의견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누가 건넸는지 분명한 만큼 당사자에게 맡기는 것이 맞다고 판단해 모두 돌려보냈다"라고 밝혔다.



	▲ '공용으로만 사용합시다'라는 내용과 수표가 묘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2007 이화영

이 관계자는 이어 "돈 봉투를 급하게 준비했는지 관공서에서 사용하는 행정봉투를 사용했다"면서 "봉투 겉지에 쓰인 '공용으로만 사용합시다'는 내용과 묘한 대조를 보인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돈 봉투를 공무원노조에 전달한 A씨는 "공무원은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고 민원인은 행정서비스를 받은 것 뿐"이라며 "공무원은 민원인으로부터 돈을 받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한 A씨는 "받을 이유가 없는 돈을 받았으니 반납하는 건 당연한 것이 아니냐 "고 반문하기도 했다.

돈 봉투를 건넸던 민원인 B씨는 11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먼 거리에서 왔다갔다하기도 힘들고 시간을 다투는 일이어서 성의 표시를 했다."면서 "직원들과 식사나 한 끼 하라는 뜻으로…"라며 말끝을 흐렸다.

B씨는 이어 "공직사회가 많이 바뀐 줄 몰랐다."면서 "반성하고 있고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주의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공무원노조는 지난 2003년부터 부정부패 척결의 일환으로 명절 선물안주고 안받기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부패하고 부정한 자치단체장을 사법기관에 고발하는 등 자정노력을 기울여 오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화영 기자는 지방공무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