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을 임기와 관련 없이 탄핵할 수 있는 '주민소환제'가 25일 발효되면서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단체장 소환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일선 단체장들은 자칫 각종 집단민원이 주민소환으로 이어질까 우려하는 등 긴장된 모습이다.
부산에서는 24일 현재 '부산시 재개발·재건축 시민대책위원회'(이하 시민대책위)가 허남식 부산시장과 하계열 부산진구청장을 상대로 주민소환을 위한 절차를 추진 중이다. 시와 부산진구청이 주민들의 생존권이 배제된 재개발·재건축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시민대책위는 "부산시와 일선 지자체가 권한을 남용, 공문을 통해 조합의 탈·편법을 조장하고 있다"며 전국에서 처음으로 이들 단체장을 상대로 주민소환을 발의할 예정이다. 시민대책위는 또 최찬기 동래구청장과 정현옥 동구청장, 박극제 서구청장에 대해서도 주민소환 발의를 경고했다.
경남에서는 '새천년 생명의 숲'의 명칭을 '일해공원'으로 변경하는 데 반대 투쟁을 벌인 '새천년 생명의 숲 지키기 합천군민운동본부'가 심의조 합천군수의 소환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선 단체장들은 소환제 발효에 따른 주민들의 이 같은 움직임과 함께 집단민원이 자칫 주민소환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면서 이들 민원 해결을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의 경우 최근 재송동 주민복지문화센터 건립이 예산 부족으로 중단되면서 구청장이 주민 간담회 자리에서 "예산이 부족해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주민들의 민원이 계속되자 구청장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민원에 발목이 잡히지 않을까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밖에 부산 기장군 정관산업단지 폐기물처리시설 확장과 관련, 주민들이 결사 반대하고 있어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단체장에 대한 주민소환이 진행될 공산도 없지 않다. 부산 해운대구 배덕광 구청장은 "집단 민원이 많은 만큼 민원이 주민소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이를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다. 특히 주민들의 일방적인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주민소환제가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은 주민소환제가 지방행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제도를 반기면서도 자칫 이로 인해 지역이기주의가 확산되거나 단체장들이 민원에 발목이 잡혀 소신행정을 펼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진주 YMCA 김영 간사는 "주민소환제가 독선적이고 무능한 지방 선출직에 대한 통제수단은 물론 예방기능까지 확보할 수 있는 제도지만, 제대로 기능이 발휘되려면 주민들의 높은 민주주의 의식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 주민소환제란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을 임기 중이라도 주민 3분의 1 이상 투표와 유효투표 과반수의 찬성으로 해임할 수 있도록 한 제도. 시·도지사는 전체 청구권자의 10%, 시장·군수·구청장은 15%, 지방의원은 20% 이상의 주민 서명을 받으면 소환투표 청구가 가능하다. 하지만 임기 개시 1년이 경과하지 않았거나 임기 만료일로부터 1년 미만일 때는 청구를 못하도록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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