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동래구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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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시간: 2007년05월25일

경향신문 홈페이지: - 조회 : 430

공직사회 확 바꾼 하계열 구청장 ‘소신’

해묵은 공직사회의 잘못된 관행을 뜯어 고치는 이가 있다. 하계열 부산진구청장(61)이다. 욕 먹을 각오로 나서고 있다고 한다. 분명 인기 영합주의와는 거리가 있다. 당연한 일을 하기 때문일까. 시간이 흐르면서 볼멘소리를 하던 직원들도 하 구청장의 소신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이달 초 부산 부산진구는 모든 야외 행사에서 의전행사를 10분 이내로 줄였다. ‘의전행사 간소화 내부 지침’을 마련, 내빈 소개와 인사말을 대폭 축소했다. 내빈 소개는 기관이나 단체별 일괄 소개로 바꿨다. 행사에 따라 축사 등 인사말은 내빈 소개로 대체했다. 초청 대상도 확 줄였다.

부산진구가 마련한 지침은 곧바로 전국으로 확산됐다. 울산 남구와 강원도 강릉시, 경남 마산시 등이 비슷한 내용의 지침을 만들어 시행에 들어갔다. 각종 행사 때마다 국회의원, 광역의원, 기초의원 등 수많은 내빈을 소개해온 의전행사. 누구를 위한 잔치인지 분간할 수 없어진 잘못된 관행에 하 구청장이 제동을 걸었고 전국의 자치단체장들이 동조하고 나선 것이다.

하 구청장은 24일 “의전행사를 지루하게 끌면서 많은 사람을 소개하는 것은 행사의 주인공이 주민이란 사실을 망각한 것”이라며 “의전행사 간소화 지침을 계기로 권위적, 생색내기식 행사가 사라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 구청장은 이 외에도 공직 사회에서 오랜 기간 없어지지 않고 있는 잘못된 관행을 하나 둘씩 바꿔나가고 있다.

그는 지난해 행정자치부에 공무원의 시간외 근무수당 제도의 개선을 건의했다. 실제로 일한 만큼 받도록 하자는 내용이었다. 일선 구청장이 쉽게 꺼낼 수 있는 말은 아니었다. 공무원 사이에서는 ‘우리 구청장님은 너무 튀는 것 아니냐’는 불만 섞인 소리도 나왔다.

그는 “상당수 공무원들이 시간외 근무수당을 인건비나 당연히 받아야 할 돈쯤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별다른 거리낌 없이 근무시간을 속이는 것에도 놀랐다”고 밝혔다. 허위기록을 하면서까지 돈을 타내는 것은 공금횡령이라고 말했다. 양심적으로 일하는 직원이 손해를 본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게 하 구청장의 주장이다.

하 구청장은 또 부산의 기초단체장 가운데 처음으로 공무원 퇴출제를 도입했다. 올 초에는 업무 추진 부적격자 5명을 업무보조 지원반에 편성시켰다. 이들은 현재 구정발전을 위한 연구개발 과제를 제출하고 불법 부착물 제거, 산불감시활동 등 단순 현장 업무를 맡고 있다. 하 구청장은 “공무원도 무능하면 퇴출될 수 있다는 긴장감을 가지고 일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에게는 채찍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공휴일이 끼어있는 평일, 소위 ‘샌드위치데이’에는 직원들의 집단연가를 실시할 계획이다. 25일부터다. 행정기관이 집단 연가를 내는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획기적인 조치여서 이곳 저곳에서 말이 나오고 있다. 민원인을 생각지 않은 공무원 위주의 발생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하 구청장은 “샌드위치데이에는 들 뜬 분위기 탓에 일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업무의 효율과 직원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잘라 말했다.

하 구청장은 “부산진구는 행정과 금융, 상업, 유통, 교통이 집중된 부산의 중심이지만 도심 발전을 저해하는 철도시설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곳”이라며 “세계화 시대에 걸맞은 도심으로 만들기 위해 ‘모래 위에 꽃을 피운다’는 각오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 구청장은 동아대를 졸업한 뒤 공직을 시작해 합천군수, 김해군수를 거쳐 1995년 부산진구 초대 민선구청장을 지낸 정통 행정가다.

〈강영범기자 kyb@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