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동래구지부

동호회소식

홈으로 > 참여마당 > 자유게시판

등록시간: 2007년06월14일

펌 홈페이지: - 조회 : 344

서울시 공무원 ‘3% 퇴출후보’ 3인의 요즘

[그리고 그 후 The Day After] 서울시 공무원 ‘3% 퇴출후보’ 3인의 요즘

“양말에 왜 모래가 있냐”는 딸의 말에 울음만 삼켜
102명 중 8명 퇴직…“처음엔 억울했지만 반성할 점 많아”
“공직 퇴출보다 더 두려운 것은 가정에서 퇴출되는 것”
“시민 68%가 공무원 퇴출 찬성”… 여론조사 결과에 충격
“제도 시행 후 공무원 민원인 대하는 태도 확 달라져”
“반복된 업무에 나태했던 것은 사실”
“변하고 싶어 술·담배도 끊었어요”

▲ ‘현장시정추진단’ 공무원들이 서울한강시민공원에서 제초작업을 하고 있다. (photo 조선일보 오종찬 객원기자)

서울시는 지난 4월 4일 업무 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태도가 극히 불량하다고 판단되는 공무원 102명을 선별했다. 이들은 ‘3% 퇴출후보’라고 불렸다. 서울시가 정한 공식 명칭은 ‘현장시정추진단’이지만 이 제도에 대한 찬·반 의견이 들끓었다. ‘KKJ9299’라는 네티즌은 조선닷컴에 “싹수 노란 공무원 일찍 잘라버리고 의욕에 찬 젊은이로 대체 충당하라. 그들은 의식과 사고 자체가 분명 다를 것이다. 공무원이 개혁되면 나라가 발전하는 것이다”라는 댓글을 올렸다. ‘Morde’라는 네티즌은 한 인터넷 토론방에 “3% 퇴출을 의무화하면 앞으로 4년 후 서울시 공무원은 다른 어떤 시도 공무원보다 친절하고 정확하고 신속한 공무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제우스’라는 네티즌은 “세금 먹는 하마들을 모조리 퇴출시켜라”라고도 했다. 경영전문지 ‘월간 현대경영’이 100대 기업 내 42개사 인사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85.7%는 무능 공무원 3% 퇴출에 찬성했다. 반면 퇴출 대상 선정이 공정하지 못하며 비인간적이라는 비판도 거셌다. 임승룡 서울시공무원노조위원장은 Weekly Chosun 기고문에서 “아무런 선정 기준도 없이 그저 기관장의 느낌으로 현장시정추진단을 뽑고 있다”며 “서울시 6급 이하 공무원들의 생사가 관리자의 기분에 따라 좌지우지될 만큼 하찮은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는 “현장시정추진단 재교육을 통해 이들에게 다시 한 번 일하고 평가 받을 기회를 부여하겠다”고 했지만 선정된 102명 중 8명은 이미 퇴직했다. 94명 중 치료 등 별도 관리를 받는 11명을 제외한 83명이 현재 현장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들은 선별 직후 1박2일간의 워크숍과 5일간의 기본 교육을 받고 곧바로 현장에 투입됐다. 한강시민공원 7개 지구에서 잡초 제거 같은 일을 하거나 현장 업무를 수행했고, 시립어린이병원, 노인요양시설 등에서 목욕·식사 보조를 하고 보호아동의 기저귀를 갈았다. 공무원이 공원에서 풀을 뽑는 모습이 TV 뉴스에 나오기도 했다.

▲ illust 이철원

Weekly Chosun이 ‘퇴출 후보’라고 불렸던 이들 현장시정추진단 소속 공무원 3명을 만났다. 45세 A씨, 50세 B씨, 53세 C씨는 처음엔 아예 입을 열지 않았다. “선정적 언론 보도 때문에 우리들에 대해 ‘퇴출 공무원’이란 인식이 더 강해졌다”며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두 시간 넘게 인터뷰가 진행되고 나서야 이들은 조금씩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B씨는 가족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집사람에겐 이야기했습니다.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다고요. 그런데 차마 자식들한테는 얘기할 수 없었습니다. 하루는 한강에서 잡초 제거 작업을 하고 집에 들어갔는데, 딸 아이가 양말 빨래를 봤는지 ‘아빠 왜 양말에서 모래가 나와?’라고 물었습니다. 저는 행정 업무만 20년 넘게 했습니다. 딸한테 ‘오늘 현장에 좀 다녀왔다’고 했습니다. 속으로 울었습니다.”
서울시는 이들이 3%로 선별된 이유는 개인 인사사항이라 알려주기가 힘들다고 했다. 당사자에게 직접 “왜 현장시정추진단으로 선별된 것 같냐”고 물었다.

“20년 넘게 같은 일을 하다 보니 제가 나태해진 것이 사실입니다. 반성하고 있습니다. 경륜이 쌓였다고 자만한 부분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곳에 온 것 같습니다.” 그는 “그러나 억울한 면도 있다”고 했다.

[출처] 조선일보 / 2007.6.11

[그리고 그 후 The Day After] 서울시 공무원 ‘3% 퇴출후보’ 3인의 요즘

▲ 하이서울 공무원노동조합 오형민 위원장이 공무원 퇴출제에 반대하는 일인시위를 하고 있다. (photo 조선일보 DB)

“서울시 공무원 1만명 모두 털어서 먼지 하나 안 나올 사람이 있겠습니까. 이번 3% 선정에는 강압적 측면이 있었습니다. 숫자를 맞추기 위해서 100명 부서에서 3명, 30명 부서에서 1명 무조건 뽑아내야 했으니까요. 내가 나태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나 말고 다른 비슷한 수준의 동료들을 보면 ‘왜 내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경쟁력 있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미 인사과정을 공개하고 교육훈련 제도를 개선하며, 직원의 사기를 높여주고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안 등을 구체화하여 지속적으로 시행해 오고 있었다.

하지만 무사안일하고 불성실한 공무원의 태도는 쉽게 변하지 않았다. 서울시는 “‘3%’는 정기인사 시기에 맞추어 각 부서에서 근무태만·무사안일·불성실 등으로 함께 일하기 어려워 다른 부서로 보내기를 원하는 직원을 제출토록 한 것인데, 인사운영상 발생할 수 있는 관행적 온정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부득이한 방안이었다”고 했다. 문제 있는 직원에 대해 ‘자기 식구 감싸기’식의 온정주의는 조직의 전체 발전에 저해가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요즘 가끔 예전 부서에 함께 있던 동료를 만나면 “동료들은 정규직 같고, 나는 비정규직 같다”는 A씨는 “원만하지 못한 대인관계 때문에 방출됐다”고 했다.

“처음 이쪽으로 배치되고 한 달은 분노하는 마음으로 살았습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저는 사실 친구가 없습니다. 고향 친구랑 군대 친구 몇 명 있는데 그나마 요즘은 만나지 않습니다. 내가 공무원 생활하는 동안 사람 관계에 많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반성의 목소리가 계속 흘러나왔다.
“공무원 사회는 지금까지 능력보다는 자격이 더 중요시되는 사회였습니다. 선후배 관계 잘하고, 성실하면 다 됐습니다. 이명박 시장 시절 이후로 기업 마인드가 공무원 사회에 조금씩 퍼졌습니다. 사람의 능력을 보기 시작한 겁니다. 서울시 공무원 사회가 자기개발을 하지 않으면 뒤지는 기업 사회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장시정추진단에 대한 일반시민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인터넷에는 “혈세를 낭비하는 사람들 아예 퇴출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높았다. 리서치플러스가 전국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67.9%가 이번 제도에 찬성했다. 이 결과에 대해 현장시정 추진단 소속 공무원들은 적지않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유럽 프리미어리그는 20개 축구팀 중에서 매년 3팀은 2부 리그로 내려가고 2부 상위 3팀은 1부 리그로 올라오는 업앤다운 시스템이라 경쟁력이 있다”며 “공무원 인사쇄신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 될 때까지 이 제도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오 시장은 한 포럼에서 “새 물결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도 잘 움직이지 않는 공무원이 있으며 인센티브와 자극을 줘도 ‘나는 그냥 정년까지 간다’는 사람에게는 백약이 무효”라며 “공무원은 시키는 일은 잘하지만 새로운 일은 잘하지 않는다”고 공무원 사회의 나태를 지적했다.

채용정보 검색사이트 ‘코리아잡서치’가 직장인 42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직장인 70%는 “공무원을 꿈꿔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직장 내 최대 고민에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이라고 답했다. 공무원은 다른 직업에 비해 미래에 대한 불안이 비교적 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녀에게 권하고 싶은 직업은 1위가 전문직(35.7%), 2위가 공무원(29.9%)으로 조사됐다. B씨는 “서울시 공무원이란 안정된 직장을 갖고 있는 것에 대해 사실 자긍심도 있다”고 말했다.

“IMF 때도 아무 걱정이 없었습니다. 친구들이 회사에서 잘린다고 해도 남의 얘기였어요. 아이들도 학교에서 아버지 무슨 일 하시냐고 하면 ‘서울시청 다닌다’고 답하는 게 좋았나 봅니다. 아버지가 사업할까 공무원 할까 물어보면 아이도 집사람도 공무원이 더 좋다고 합니다.”

C씨는 교대 근무 체제라 2~3일에 한 번은 집에서 쉬는 부서에서 10년 이상 일했다고 한다. 그는 “집사람한테는 얘기했는데, 요새 매일 아침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다 보니 중학생 딸이 눈치를 챈 것 같아 괴롭다”고 했다.

[출처] 조선일보 / 2007.6.11

[그리고 그 후 The Day After] 서울시 공무원 ‘3% 퇴출후보’ 3인의 요즘

“여기(현장시정추진단) 오자마자 아들이 군에 입대했습니다. 훈련소 앞까지 가서 배웅해 주고 싶었는데 못 그랬습니다.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아들 훈련 받는 데 지장이 있을까봐 내가 이렇게 됐다는 얘기도 꺼내지 못했습니다.”

C씨는 “지금은 월급이 나오고 있으니 어떻게든 참고 견딜 수 있지만 서울시에서 퇴출 당하면 그건 곧 가정에서 퇴출 당하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가정이 파탄날 것”이라고 했다.
현재 현장시정추진단 소속 공무원은 징계조치가 아닌 인사발령을 받은 상태다. 봉급과 수당은 지방공무원 보수규정에 따라 다른 직원과 동일하게 지급되고 있다. 초과근무수당도 지방공무원 보수업무 등 처리지침이 정하는 대로 월 15시간에 한해 지급함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B씨는 “예전에 잡초 제거하다가 어느 TV에 뒷모습이 찍힌 적이 있는데 식구 중 하나가 나를 알아봤는지 전화를 걸었다”며 사진 촬영은 절대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퇴출 대상이란 사회적 편견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A씨는 “스스로 변하고 싶어 술·담배를 완전히 끊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장시정추진단 소속 공무원 중에는 이번 일을 계기로 금연·금주를 선언한 사람이 많다고 한다. 노인요양전문센터에서 노인들에게 ‘흑피리’를 연주하는 봉사활동을 시작한 사람도 있고, 현장 업무를 했던 노인센터에 성금을 모아 기증한 공무원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장시정추진단의 모든 공무원이 다 현 상황에 적응한 것은 아니었다. 현장시정추진단으로 발령을 받은 후로도 추태를 버리지 않는 공무원도 있었다. 워크숍·기본교육에 불참하는가 하면, 현장업무에 첫날 출근한 후로 7일간 무단 결근한 공무원도 있었다. 인사발령이 난 이후 잠적해 1개월 만에 나타나 조사를 받고서도 계속 결근하는 공무원도 있다고 한다. 2명은 교육 기간 중에 음주로 귀가 조치됐다.

B씨는 “지금 나는 잘 참고 있다”고 했다. “나를 기다려주는 동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가끔 전화 통화하고 만나기도 합니다. 동료들은 속으로 저에게 고맙다고 느낄지도 모릅니다. 제가 가면서 다른 사람은 안 가도 됐으니까 말입니다.”

이번 현장시정추진단 선별 단계에서 기존 부서에 그대로 남아 있게 된 나머지 공무원은 “정년까지 신분이 보장된다는 안이한 생각을 했던 것이 사실이었다”고 고백했다. 인터뷰 말미에 A씨가 “당하는 사람은 기분이 나쁠 수 있지만 사실 서울시장 입장에서 이 제도는 좋은 제도라고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갑작스럽게 시행되다 보니 보완해야 할 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이 제도가 우리 서울시뿐만 아니라 다른 공무원 집단에서도 시행됐으면 좋겠습니다. 서울시에 요즘 민원전화 걸어보면 거의 삼성 AS센터 수준입니다. 이 제도가 기여한 점입니다.”

박명재 행정자치부 장관은 지난 4월 1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방자치단체들이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인사쇄신 운영지침을 마련 중”이라고 했다. 행정자치부는 중앙부처에서는 처음으로 부적격 공무원 퇴출 등을 골자로 한 인사쇄신책(퇴출제)을 도입하기로 했다. 행자부는 또 서울·울산 등 16개 자치단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공무원 퇴출과 관련, 객관적 절차와 원칙을 마련하도록 곧 지침을 내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라북도 역시 공무원노조의 반대의견과 관계없이 공무원 퇴출제를 강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라북도는 공직사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무원퇴출제가 포함된 ‘도 경쟁력강화방안’을 애초 계획대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무능·태만 공무원에 대한 재교육 과정을 거쳐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취지를 살려 계획대로 공무원 퇴출제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

어떤 공무원이 퇴출후보가 됐나

이번 현장시정추진단으로 선별된 공무원 중에는 민원전화가 귀찮아 사무실 벨소리를 아예 꺼버린 공무원, 일과 시간 대부분을 개인 공부와 사적인 일을 하는 데 쓴 공무원, 민원인과 툭하면 싸움을 벌여 물의를 일으키고 눈을 마주친 민원인에게 ‘나를 무시한다’고 싸움을 거는 공무원, 업무시간에 술에 취한 때가 많은 공무원, 다른 직원에게 일을 떠넘기고 근무 중 자격증 취득 공부에 열중한 공무원, 근무 시간 중 휴게실에서 낮잠을 자는 공무원 등이 포함됐다. 직급별로는 3급 1명, 4급 2명, 5급 6명, 6급 이하 93명으로 나타났다. 직렬별로는 행정직 29명, 기술직 25명, 수도직 12명, 기능직 34명, 별정직 1명, 연구직 1명이고, 30대가 5명, 40대 36명, 50~54세 43명, 55세 이상이 18명으로 집계됐다. 남자는 92명, 여자는 10명이다. 당초 3%로 선별된 공무원은 250명이었으나 다른 부서로 ‘전입 러브콜’을 받은 100여명과 25명의 장애인 등이 구제됐다.

/ 김경수 기자 kimks@chosun.com

[출처] 조선일보 / 2007.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