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지에 말도 없이 공사를 하더니 이제는 아예 나 몰라라 하네요.”
부산 남구청이 감만1동 하수시설 정비공사를 실시하면서 지주들로부터 사전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사유지를 함부로 파헤친 것도 모자라, 수개월째 공사를 마무리짓지 않고 흉물로 방치해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남구청은 남구 감만1동 200의34 일대 하수시설이 낡아 평소 악취가 심하다는 주민 민원에 따라 지난해 12월18일부터 1,500여만원을 들여 정비공사에 착수, 1월말 공사를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구청은 보행자와 차량 통행이 잦은 이곳이 사유지인데도 주민 동의도 받지 않은 채 마구 파헤친 뒤 길이 51㎙의 하수도관과 집수정 4개소 등을 설치했지만 아직 도로 포장을 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하수관을 묻은 자리에서 물이 새어 나오면서 인근 주택가로 흘러들어 방 안에 습기와 곰팡이가 서리고 외벽 등에 균열이 발생해 부실공사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주민 이문엽(58ㆍ여)씨는 “엄연히 개인 땅인데도 구청이 일언반구 말도 없이 공사를 강행한 것도 억울한데 이제는 물이 집 안으로까지 흘러들어오고 있다”며 “비라도 오면 안방까지 물이 차 습기와 곰팡이로 벽지가 썩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씨는 “착공한지 4개월이 넘었는데도 구청이 아예 신경도 쓰지 않고 있어 결국 주민들만 사지로 내모는 꼴 아니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여태현(59)씨도 “공사가 시작된 후 집 외벽이 서서히 기울더니 이젠 아예 금까지 가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며 “옆집도 대문을 지탱하는 벽체가 무너졌지만 구청은 1회성 땜질식 공사로 덮으려 했다”고 비난했다.
또한 비가 오지 않는 날에는 비포장도로에 쌓인 흙먼지가 날리면서 주민들이 호흡계 질환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고 있다. 야간 차량 통행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소음으로 밤잠마저 설치는 주민들도 많다.
추신숙(52ㆍ여)씨는 “비가 오면 물이 새고, 비가 오지 않으면 먼지가 날려 심한 기침 증세로 병원을 찾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 일대 10여 가구 30여 명의 주민들은 구청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남구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노후 하수도관 일제정비 공사를 실시했으나 이후 인근 주택으로 물이 흘러들어 도로 포장을 하지 못한 채
상수도사업본부에서 원인 규명을 위한 수질검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구청은 “수돗물 유출 현상은 구청이 아닌 상수도사업본부 소관”이라며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구태를 보였다.
부산=글ㆍ사진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홈으로
> 참여마당 > 자유게시판
한국
홈페이지: -
조회 : 380
의견달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