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동래구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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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시간: 2005년04월20일

중앙 홈페이지: - 조회 : 371

"여보, 다녀와 … 난 안방서 업무 볼게"

"여보 잘 다녀와요. 연서 걱정은 말고…."

15일 서울 상도동의 한 가정집. 출근하는 부인을 배웅하러 돌을 갓 지난 딸을 안고 문 밖에 선 남편의 모습이 이제 어색한 티를 벗은 듯하다. 재택근무 한 달째를 맞은 특허청 무기화학심사담당관실 이동원(32.사진) 심사관.

아내의 모습이 골목 너머로 사라지자 이 심사관은 집에 들어와 딸에게 옷을 입힌다. 어린이집에 맡기기 위해서다. 생각 같아선 아이와 하루종일 함께하고 싶지만 그래도 오전에 끝내야 할 일들이 있다. 오후 2시쯤 아이를 데려온 뒤부터 아내가 퇴근하기까진 철저하게 딸과 아빠 둘만의 시간이다. 맞벌이 부부이기 때문에 줄곧 할머니집에만 맡겨져 낯가림을 하던 아이가 이젠 아빠만 찾는다. 오후 7시 집에 돌아온 아내와 하루 일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마친 뒤 다시 컴퓨터 앞에 앉는다. 이 심사관이 오후근무를 시작한 것이다.

재택근무를 시작한 뒤 이 심사관의 삶은 180도 변했다. 지난해 초 과천에 있는 환경부에서 특허청으로 자리를 옮긴 뒤 1년간 대전까지 출퇴근했다. 이사 갈 생각도 했으나 벌써 직장 5년차인 부인더러 일을 그만두라고 할 수 없었다. 고속철도(KTX)가 있지만 집에서 용산역까지, 서대전역에서 특허청까지 들어가는 시간을 합치면 하루에 통근 시간만 네 시간 이상 걸렸다. 게다가 매일 밤 10시가 넘어 파김치가 되어 돌아오니 도통 신혼 기분을 낼 수가 없었다. 그러다 재택근무 신청을 받는다는 소식을 듣고 제일 먼저 손을 들었다. 이씨는 "처음엔 이웃들이 '뭐 하는 양반이냐'며 수군댔지만 이젠 사정을 알고 오히려 부러워한다"며 "일을 하면서도 가족과 함께 있으니 제2의 신혼을 맞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현재 재택근무를 하는 공무원은 중앙인사위 등 38개 기관에서 총 8055명이다. 그러나 대부분 휴일이나 퇴근 후 업무를 보충하는 수준이다. 낮에 집에서 근무하는, 문자 그대로 재택근무가 이뤄지는 곳은 특허청이 처음이다.

현재 재정경제부.국세심판원 등 다른 정부 부처에서도 특허청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일본 총무성도 이달 초 대사관 직원을 보내 설문조사 등을 해갔다. 특허청은 이들 재택근무 인원을 늘려 올 연말까지 연중무휴 특허심사 서비스를 해줄 계획이다. 물론 낮밤없이 24시간 특허 심사를 받는다.

특허청 정보기획관실 송영선 사무관은 "재택근무는 청사에 사무 공간을 마련할 필요가 없어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데다 여성 박사 등 고급인력을 끌어올 수 있어 일석이조"라며 "앞으로 확대될 공무원 재택근무의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여러 변수 등을 꼼꼼히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