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님!
그렇게 떠나시니 좋습니까?
그 곳에는 돈이 없어도 차별받지 않아서 좋습니까?
그 곳에는 동료들(당신은 직원이라하지 않고 꼭 동료라고 하더이다)과 잘 지내도
쇼맨쉽이라고 비꼬임 당하지 않아서 좋습니까?
그 곳에는 토사구팽이라는 것이 없어서 좋습니까?
그 곳에는 능력있는 당신을 모함하는 무리가 없어서 좋습니까?
그 곳에는 믿었던 사람에 대한 배반이 없어서 좋습니까?
그 곳에는 조직적인 배제가 없어서 좋습니까?
하지만, 하지만 실장님 이렇게 황당하게 가시는 게 아닙니다.
당신이야 그리 훌훌 털어버리고 가버리면 그만이었겠습니다만
남아 있는 우리 방관자들은
존경하는 선배를 잃은 슬픔, 아울러 당신이 항상 사명감을 가지던 그 조직에서
당신이 인간적인 모멸을 당하던 그런 모습을 보고도 애써 모르는체
침묵을 지켰던 그 비겁함에 대한 부끄러움을 어찌 감당하라고.....
어느날 우리 게시판에서 당신의 글을 읽었을 때
아마 당신이 언젠가 이러한 길을 택하지 않을까 염려스러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라는 것이 이럴 땐 참으로 좋아서 금방 잊어지고 당신도 묵묵히 생활하시는 것
같더이다.
그런데 이렇게 우리의 뒤통수를 치시는군요
얼마나, 얼마나 힘이 들고 한이 맺혔으면 이런 길을 택하셨을까
내심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래도
자기가 몸담았던 조직을 욕되게 하지 않을려고
남겨진 유서에는 조직에 대한 원망이 하나도 없었다고 하더이다.
깊고 큰 마음을 가진 당신을
한 번도 아닌 두 번이나 내친 조직의 졸부들이 모여서
당신의 영정사진 앞에 잔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비겁한 졸부들은
묵묵히 죄없는 소주잔만 노려보고
그 잔에 술을 부으면서 죄없는 소주잔에 울분을 쏟았습니다.
XX라고,
미친 조직이라고,
열심히 일 하지 말고 오히려 일 보다는 정치를 잘하자고,
이 놈의 세상 빨리 망해버리자고.....
실장님, 당신 덕분에
오랫만에 낮 술에 취해버렸습니다.
술을 참으로 좋아하셨는데
그 좋아하는 술을 못 마셔서 억울하시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실장님!
너무 오랫동안 푸념을 늘어 놓았습니다.
우리 동료들은 앞으로 많이 많이 당신을 더 그리워할 것입니다.
승진, 그 까이꺼 없는 세상에서 고이 잠드소서!
그리고 來生에는 부잣집에 태어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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