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뛴 '현장 행정' 주민 16년 한 풀었다
부곡동 한보아파트 사용승인 그 뒤엔…
91년 시행사부도후 미등기로 재산권행사 못해 고통
구청직원 6억 땅 무상양여서 서류준비까지 도움
부산 금정구 부곡동 한보아파트(153세대) 벽면에 최근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한보아파트 준공.' 정상적으로 지어진 아파트라면 당연히 나게 마련인 사용승인이 이들에게는 플래카드를 내걸어 세상에 자랑하고 싶을 만큼 특별한 사건이었던 것. 지난1991년 ㈜한보건설의 부도로 아파트 진입도로 확보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아 주민들은 지난 16년간 건축물 대장 상에는 없는 집에 살아왔다.
지난 6일 준공으로 '16년의 한'을 푼 한보아파트 주민들은 요즘 '살 맛'이 난다.
이제서야 당당한 내 집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게 된 데다 그동안 제값을 받지 못했던 아파트 값이 평당 100만원 이상 오른 것이다. 또 주민들의 16년 숙원 성취 뒤에는 해당 구청 공무원의 '발로 뛰는 행정'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그동안 한보아파트는 시행사인 ㈜한보건설의 부도로 300세대 미만 아파트가 갖추어야 할 너비 6m 진입도로가 일부 기준에 모자란 데다가 준공을 위한 경계 측량 결과 30세대가 앉은 대지가 다른 사람 소유로 돼 있어 준공은 멀기만 했다.
진입도로의 기준을 맞추기 위한 기존 건물 철거 비용이 8천만원, 지적 측량 시 감소된 대지 749㎡를 매입하기 위한 비용이 6억원. 건설사의 부도로 아파트 공사 마무리를 사실상 자체적으로 해결하다시피한 데다 미준공으로 재산권 행사도 제대로 못하고 있던 주민들에게 수억원의 비용은 감당하기 힘든 상태였다.
지난 십수 년간 구청 측에 사용승인을 요청했지만 법과 제도의 벽은 높았다. 주민들은 결국 지난해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고, 이를 접한 금정구청 측은 전향적인 자세로 이 문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법규에 얽매이지 않고 주민들의 오랜 고충을 덜어주는 쪽으로 사용승인 문제를 풀어보기로 한 것.
길이 53m의 진입도로 중 일부가 법 기준 너비 6m에서 0.5m가량 모자란 부분은, '사용승인 인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라'는 고충처리위의 권고사항을 근거로 삼아 처리하기로 했다. 당초 시행사 측에서 철거를 위해 매입하기로 했던 진입도로 인접 주택에 대해서는 소유주를 찾아가 끈질긴 설득 작업을 벌인 끝에 합의를 끌어냈다.
남은 문제는 시가 6억 상당의 아파트 대지가 서울 상도동 새마을금고 측 소유로 돼 있는 부분. 금정구청 박영상 건축과장은 새마을금고 이사장에게 몇 차례 전화를 걸어 양해를 구했다. 임야를 대지로 등록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복잡한 측량 오차 문제를 차근차근 설명하고, 주민들이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도 전했다. 지난 11월에는 1박2일 일정으로 서울 출장을 감행, 상도동 새마을금고 측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건축과 직원들은 아파트 준공 시 필요한 안전진단 문제나 설계도면 등 관련 서류 준비도 도왔다. 관련 업체에 주민들의 딱한 처지를 이야기해 2천600만원이 소요되는 안전진단을 300만원선에서, 8천만원이 드는 설계도면 작성을 2천700만원선에서 해결해 준 것.
입주민 대표 김판석씨는 "지난 16년간의 입주민들의 고통은 말로 다 못한다"며 "결국 아파트를 팔고 한 사람 두 사람 떠나가고 남은 주민들이 쓴 호소문과 탄원서만 해도 수백 통은 될 것"이라고 회상했다. 김씨는 "제도와 비용의 문제에 매여있던 준공을 위해 자신의 일처럼 발벗고 뛰어준 구청 공무원들에게 감동했고 또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자영기자 2young@busanilb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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