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동래구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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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시간: 2007년10월10일

대일리안 홈페이지: - 조회 : 441

로마 역사에서 배우는 대통령 공약

장구한 세월동안 세계를 지배했던 로마의 역사에서 우리는 많은 지혜를 배운다. 일국의 대통령이 될 사람이라면 당연히 제일 먼저 읽어야 책으로 권하고 싶다.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인 이야기’를 읽어 보면 통치자가 해야 할 일은 물론 해서는 안 될 것도 많이 참고할 수 있으니 통치 교과서로 삼을 만하다.

누구나 동의하는 것처럼 역사란 단지 사건의 기록만이 아니다. 모든 책이 곧 역사라 할 것이다. 저자들의 지혜의 발자취가 담겨있으니 역사에 포함되지 못할 책이 하나도 없다.

지도자는 무릇 끊임없이 이러한 책을 가까이하고 독서를 통해 시대의 흐름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자신을 리모델링해가는 사람이어야 한다.

시대가 영웅을 낳는다고 했다. 과거의 영광을 고집스레 붙잡고 개혁을 외면하며, 모든 것을 자신의 낡은 잣대로 재려고 하면 재임시절은 물론 퇴임 후에도 국민의 인기가 바닥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가까운 역사에서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카이사르의 독서량은 당대의 최고 지식인으로 인정하고 있던 키케로도 인정할 정도였다고 한다. 당시의 책은 값비싼 파피루스에 필사한 두루마리였다. 어지간한 부자는 엄두도 낼 수 없는 가격이었다고 한다.

독서 취미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긴 뒤에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는 배움을 통해 발전을 지향하는 사람에게만 책이 필수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영혼의 세끼 식사인 셈이다.

관용 또한 로마가 세계를 제패한 힘이었다.
노예도 로마시민이 되어 고관대작에 이를 수 있는 사회였다. 정적도 내편으로 과감히 편입시켰다. 카이사르는 폼페이우스 잔당들의 편지를 비롯한 증거서류를 손에 넣었지만 모두 태워버렸다. 분명한 폼페이우스 동조자들도 모두 용서한 것이다.

링컨은 자기를 반대했던 사람을 받아들이는 관용으로 나의 편을 만들었다. 가장 득표율이 적었던 지역에 더욱 애정을 가지며 자기 적이었던 편에서 유능한 인물을 중용하는 아량도 필요하다. 물론 상대방이 변절했다는 오해를 받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정책적으로도 지난 정부의 장점을 더욱 발전시키고 상대방의 선거공약 중에 바람직한 것은 주저없이 받아들이는 관용이 필요하다.

정부는 세금정책에 있어 투명하고 가능하면 세금을 적게 거두어야 한다.
로마를 번영과 평화의 길로 이끌었던 지도자들은 지역민들의 충성을 확보하는 최선의 길이 세제를 투명하게 하고 동시에 세 부담을 가볍게 해 주는 것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로마내에서 5%에 달하는 물품세를 갈리아에서 2.5%로 억제하였다. 세제를 단순화함으로써 총독들의 압제와 세금징수업자들의 횡포를 제거하는데 성공하였다.

한편 로마를 멸망으로 이끌었던 네로는 불타버린 로마 재건과 새로운 궁전을 짓는 비용 때문에 각종 세금을 과도하게 부과하기 시작하였고, 로마 말기에 이를수록 세금이 너무 무거워 이를 견디지 못하고 마을을 버리고 도망치는 농민의 수가 늘어나고 침략자에게 편승하는 농부들이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도 법인세와 상속세를 과감히 낮춤은 물론, 세무사나 회계사들조차 잘 알 수 없는 세제를 단순화하여, 중산층을 두텁게 하고 투명한 세정을 확립해야 한다.

중소기업, 지방기업, 외국기업 들의 세금을 과감히 낮추어야 한다. 세금을 낮추면 기업이익이 늘어나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기업은 고용을 늘리며 임금을 올리거나 투자를 늘리게 된다.

우리가 경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외국투자자들이 몰려오고 밖으로 나갔던 우리 기업들이 다시 회귀하도록 해야 한다. 투명한 징세를 위해 세제를 과감히 정비하며 아울러 각종 규제를 혁파하면 금상첨화라 하겠다. 물론 공무원들의 할 일이 줄어들어 자리에 위협을 느끼겠지만.

사회의 타락과 도덕적 해이(모럴헤저드)를 막는 것도 중요하다.
정신문화가 타락하면 모든 가치기준에 혼란이 오게 되고 나라를 지탱할 힘을 잃게 된다. 미국목사들은 미국 사회에 만연한 포르노, 낙태, 동성결혼 만연 등의 현상을 네로 황제시대의 도덕적 타락에 비유하면서 미국의 멸망을 경고하고 있다. 부정부패는 바로 그러한 타락의 결과가 가져온 열매라 할 것이다.

로마를 지탱했던 정신은 바로 노블리스 오블리쥐였다. 지도층의 솔선수범이 로마를 세계강국으로 만들었다. 기업이든 사회든 나라든 망하는 원인은 항상 내부에 있으며 그중에 지도자를 비롯하여 구성원이 타락했기 때문이다.

최근 공기업을 비롯한 공무원사회에 만연한 모럴헤저드가 심심찮게 신문을 장식한다. 이러한 도덕적 해이를 혁파하면 국민의 세금을 줄일 수 있다. 돈을 펑펑 쓰면서 TV수신료를 올릴 이유를 찾기에 급급한 인상을 주지 않아도 된다.

일반기업이나 공무원에 비해 지나친 공기업 임직원 복지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하면 지역난방비도 올리지 않아도 되며, 공공 아파트 택지도 싼값으로 공급할 수 있을 것이다. 서민들의 연탄 값을 대폭 올리려는 시도도 하지 않아도 된다.

최근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는 고령화시대가 코앞에 다가왔고, 빈부의 격차가 심하여 절대빈곤을 벗어나지 못하는 숫자가 늘고 있으니 합리적인 복지정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로마인들은 카이사르를 민중파의 이익을 대표하는 사람으로 여겼기 때문에 최고 권력자가 된 카이사르에 대한 빈민의 기대가 컸다. 그러나 카이사르는 복지정책을 과감히 개혁하여 공짜로 밀을 공급받는 사람의 수를 32만명에서 15만명으로 줄이고, 엄격한 시행을 위해 감찰관을 배치하였다.

세대주의 소득과 가족 수 등을 엄밀히 조사하여 반드시 보조받아야 하는 사람을 제외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스스로 일하여 먹고 살도록 조치한 것이다.

우리도 자주 신문지상에 언급되고 있듯이, 방만한 연금관리 체계를 개혁하여 모럴헤저드를 줄이고, 받지 못해 억울한 사람도, 받아서는 안 될 사람이 받는 경우도 없도록 복지제도를 정비한다면 적자 운운하며 가벼운 월급쟁이 봉투를 털기 위해 혈안이 될 이유가 적어질 것이다.

실업문제에 있어서는 정책당국자들 뿐만 아니라 실업자 자신들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넥타이를 매야 하는 일자리는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으로 비유할 정도로 부족하지만, 소위 3D업종이라는 일자리는 외국인 노동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또 갈수록 사회가 고령화되어 노동력이 태부족할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정부에서 무상으로 직업교육을 시키고 취업도 장려하지만 지원자들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하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실업은 당사자의 생활수단을 빼앗는데 그치지 않고 자존심을 유지하는 수단까지 박탈하는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복지란 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는 것이 카이사르의 생각이었다.

향후 고령화되어가는 노동자들을 잘 리모델링하여 힘에 부치지 않으면서도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인력재배치가 필요할 것이다.

군사정권시절 신문에서 읽은 가십이 문득 생각난다. 대통령 집무실에 놓여 있는 목민심서가 낮잠을 자고 있다고 비아냥댄 글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새로운 대통령은 목민심서에 덧붙여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인 이야기’를 옆에 두고 로마의 흥망성쇠의 발자취를 분석하여 나라를 경영하는데 참고로 한다면, 퇴임 후에도 추앙받는 지도자가 될 것이다.

과거 권력의 향수에 젖어 정치 뒷마당에서 감놔라 배놔라 하는 것보다, 수천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야금야금 빼먹는 쾌감보다, 변함없는 국민들의 발수갈채가 더 아름다운 저승길 노잣돈이 되지 않겠는가 싶다.

[김철교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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