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동래구지부


	부산 동구청이 지난해 5월 도로개설 공사를 한다며 10여채의 집을 철거한 채 방치하고 있는 동구 수정5동 상주수퍼~수성아파트 인근 고지대 마을. 김성효기자 kimsh@kookje.co.kr

부산 동구 수정5동 평화롭던 고지대 마을이 폐허로 변했다. 동구청이 3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사는 마을 한가운데에 도로를 낸다며 도로계획선에 포함된 집 10여채를 통째로 철거한 지 1년째. 주민들은 철거 당시만 해도 마을이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바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헛된 꿈이었다. 현재 10여채의 철거 부지에는 깨진 시멘트 조각과 바위가 나뒹굴고, 인근 10여 가구는 도로개설을 위해 담이나 대문 등이 뜯겨나간 채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다. 동구청이 순식간에 집들을 철거한 뒤 아직 그대로 방치해뒀기 때문이다. 원래 너비 1m가량의 골목길 주변 30여채 가운데 3분의 2가 피해를 입고 있다.

견디다 못한 주민들은 한두 명씩 살던 집을 버리고 마을을 떠나기 시작했고, 남은 노인과 어린이들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병원신세를 지기 일쑤다. 동구청을 향해 줄기차게 원성을 쏟아냈던 주민들은 이제 대답없는 구청에 지칠대로 지쳤다.

동구청은 지난해 5월6일 수정5동 448의 15 일대 상주슈퍼~수성아파트 너비 4m, 길이 75m의 도로를 개설하기로 하고, 불과 며칠 만에 마을 중간 10여채의 집을 중장비로 부쉈다. 당초 구청이 공지한 공사완료일은 같은해 11월2일까지였고, 도로개설 목적은 차량의 원활한 소통과 지역간 균형발전이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구청은 철거작업 이후 이곳을 한번도 찾지 않았다. 도로가 개설되면 보수해 준다던 인근 집들의 담이며 대문, 지반도 당장 무너질 듯 위험한 모습 그대로다. 입구쪽 2층집은 바로 옆집이 철거되면서 도로 예정지보다 지반이 훨씬 낮아져 지난해 장마 때 침수피해를 당했다. 2층집 주인은 어쩔 수 없이 마을을 떠났고, 집은 폐가로 남았다.

특히 도로 예정지 위쪽 부분은 도저히 눈 뜨고는 볼 수 없을 정도. 구청이 지난해 철거작업 중 정화조 관을 터뜨려 땜질처방으로 플라스틱과 비닐호스로 관을 이어 하수구로 직접 연결해 둔 것. 이 때문에 관이 길 위로 흉측스레 드러난 데다, 관 곳곳이 새면서 배설물이 흘러나와 온갖 벌레가 들끓고 있다. 이곳 인근에 신축된 10여 가구 빌라의 정화조 관까지 이 관에다 연결했으니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여전히 길 입구에 공사완료일이 '2004년 11월2일'로 명시된 안내 입간판이 버젓이 서 있는 수정5동 고지대 마을. 이곳은 최근 주거환경개선사업 전국 최우수 자치단체로 선정된 부산 동구의 숨겨진 모습이다.

주민 손모(45)씨는 "매일 '다음주에 공사에 들어간다'고 거짓말만 하면서 정작 고통받는 주민들 생각은 한번도 안하는 구청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고 분노했다.

이에 대해 동구청 관계자는 "당초 계획과 달리 해당 도로를 수성아파트 아래 도로와 연결하려다 보니 극심한 경사로 차량이 다닐 수 없어 현재로서는 도로개설이 힘든 상태"라며 "현재 다각도로 해결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