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동래구지부

부산지역 지방의회들이 2008년도 의정비를 대폭 인상하는 잠정안을 잇달아 내놓았다. 특히 재정자립도가 비교적 나은 부산진구와 해운대구 의회는 내년도 의정비를 동결한 반면 영도구 사상구 등 재정난을 겪고 있는 기초자치단체 의회들은 인상폭을 20% 이상 책정해 지역 살림 사정은 물론 주민 여론마저 내팽개쳤다는 비난이 들끓고 있다.

의정비 20% 이상 인상 6곳이나

28일 현재 부산지역 16개 구·군 가운데 13곳의 의정비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가 내년도 의정비 잠정안을 마련했다. 의정비 인상률을 20% 이상으로 잠정 결정한 구·군 6곳 중 재정자립도가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자체가 5곳이나 된다.

사상구 심의위는 내년도 의정비를 무려 36.0%나 인상(총 4000만 원)하기로 잠정 결정했고, 일부 심의위원은 내년도 의정비로 7200만 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재정자립도가 18.84%로 전국 최하 수준인 영도구는 23.6% 인상하기로 방침을 정해 해당 지자체의 재정상태가 의정비 책정 과정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기장군(25.0%) 사하구(25.0%) 수영구(20.3%) 동구(20.0%)가 20% 이상의 잠정 인상안을 마련했다. 사상구 한 심의위원은 "의회의 견제·감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집행부 수준의 의정비는 받아야 격이 맞지만 유급제 도입이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올해는 이 정도 수준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각각 부산지역 재정자립도 1위와 5위권인 부산진구와 해운대구 의회는 심의위에서 내년도 의정비를 동결하기로 했다. 부산진구 심의위원장인 임동규 부산YMCA 사무총장은 "주민들을 위해, 주민과 함께하는 의회라는 점을 지방의회가 스스로 강조해 온 만큼 의정비 인상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뜻을 고려해 잠정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잠정안을 마련하지 못한 중·서·강서구 심의위 역시 인상에는 합의했으나, 인상폭을 놓고 여론의 눈치를 보고 있다.

여론수렴 절차 있으나마나

각 구·군 심의위는 위원회 일정에 맞춰 주민여론 수렴 절차를 밟고 있다. 내년도 의정비를 20% 이상 인상키로 한 심의위의 여론조사는 물론 구·군별 여론수렴 과정에서 주민들의 70% 정도가 의정비 인상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여론은 완전히 무시됐다는 것이다. 연제구의 경우 심의위가 주민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의 79.8%(399명)가 의정비 인상에 반대, 의정비를 동결해야 한다고 답했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여론수렴 결과가 심의위에서 단순 참고자료에 그쳐 형식적일 뿐 아니라 졸속 처리된다는 지적(본지 지난 15일자 1면 보도)이 사실로 확인됐다. 서구 심의위는 주민 1400명을 대상으로 우편 설문조사를 실시했지만 조사기간 중 고작 33명만이 응답, 여론수렴을 아예 포기했다. 부산시의회도 오는 31일 내년도 의정비를 확정할 예정이지만 최종 심의위 회의를 불과 4시간 앞두고 공청회를 열 예정이어서 여론수렴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는 심의위 회의 방청을 요구하는 등 기초의회는 물론 심의위에 대한 투쟁도 전개할 예정이다. '부산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의정비 동결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공무원 노조도 의정비 인상반대 투쟁에 가세, 성명서 발표와 의회 항의방문을 하고 있다.

부산시의회 및 구·군의회 2008년도 의정비 잠정안 (단위:원, 재정자립도 2006년 기준)
지방의회	현 의정비	내년도 의정비(인상률)	재정자립도(%)
부산시	5637만	6032만~6144만(7~9% )	70.20
중구	3200만	29일 2차 회의에서 도출	31.32
서구	2532만	잠정안 없이 31일 최종회의 결정	16.34
동구	3060만	3672만(20.0%)	32.27
영도구	2880만	3559만(23.6% )	18.84
부산진구	3600만	동결	38.76
동래구	3300만	3479만(5.4%)	29.69
남구	3096만	3251만(5.0%)	26.65
북구	2700만	2880만(6.7%)	18.21
해운대구	3500만	동결	31.04
사하구	3108만	3885만(25.0%)	25.79
금정구	3420만	3750만(9.6%)	25.07
강서구	3014만	잠정안 없이 31일 최종회의 결정	28.30
연제구	3108만	3108만~3574만(동결~15%)	29.95
수영구	2883만	3470만(20.3%)	29.74
사상구	2940만	4000만(36.0%)	26.93
기장군	3084만	3855만(25.0%)	36.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