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어제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와 정책연대협약 체결식을 가진 뒤 이후보에 대해 공식 지지를 선언했다고 한다. 이익·직능단체들이 자신들의 정치·경제·사회적 이해관계에 따라 특정 정당이나 대선후보를 지지·반대하는 것은 민주국가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다. 한국노총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겠다. 문제는 전국 85만 노동자들이 가입한 3000여개 노조의 연합단체인 한국노총이 무슨 명분과 이유로 ‘친(親)기업·반(反)노조’ 성향으로 평가 받는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느냐는 점이다.
그동안 이후보는 예술인, 대학 교수들이 노조를 결성하는 것에 거부감을 보였는가 하면 “자부심이 없는 사람들이나 자신을 노동자로 여기고 노동조합 활동을 한다”는 발언까지 한 바 있다. 이후보에 따르면 한국노총 구성원들은 자신을 노동자로 여기고 노조활동도 하고 있는 만큼, 영락없이 ‘자부심 없는 사람들’인 셈이다. 이렇듯 전근대적이고 편향된 노동관을 갖고 있는 이후보에게 왜 한국노총이 지지를 선언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한국노총의 이후보 지지는 물론 조합원 총투표의 결과이기는 하다. 정책연대 후보 선정을 위한 투표에서 이후보가 유효투표의 41.5%인 9만8296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는 ‘과반 투표 과반 득표’라는 노조투표의 대원칙에 어긋난다. 또 85만의 조합원 중 10만표가 안되는 지지의사를 한국노총의 총의로 삼기에는 대표성에서도 문제가 있다 하겠다. 이와 함께 정책연대 대상을 지지율 10% 이상으로 국한시킴으로써 조합원들의 선택을 제한한 것도 상식 밖이다.
한국노총은 “이명박 후보가 집권후 반노동적인 정책을 현실화할 경우 정책연대는 언제든지 파기될 것”이라고 밝혔다지만 언제든지 휴지로 만들 수 있을 정도의 허약하고 불안한 연대라면 무엇 때문에 조합원 총투표까지 실시하며 특정후보 지지를 시도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노동운동이 처해 있는 상황이 아무리 열악하고, 여론이 보수화되고 있다 하더라도 한국노총이 전경련이 될 수는 없다. 한국노총은 이 같은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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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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