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동래구지부

내년 실용정부에서는 작은 정부의 취지에 맞게 정부 조직이 대대적으로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22개 부·처(部·處)가 12개로 통·폐합 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자신의 공약집에서 정부가 너무 비대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참여정부 들어 공무원이 9만 5천여명 가량 증가하고 위원회가 52개가 늘어 현재 416개나 돼 조직간 기능이 중복되거나 혼선을 빚어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후보자 시절 "세계 흐름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여러 차례 지적한 바도 있다.

따라서 공약대로 앞으로 정부를 실용적으로 재조직하고 민간에 넘길 것은 과감히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2원 18부 4처 18청 13위원회로 흩어진 중앙행정조직을 통합·재편해서 큰 묶음으로 가져가겠다는 것인데 당선자 쪽에서는 이를 대부처(大部處) 대국(大局) 체제로 부르고 있다. 또 위원회는 '대폭' 정비하고 공기업 민영화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는데 시장이 잘하는 것은 시장에 넘기고, 국민생활에 필수적인 기반 시설은 정부가 운영하겠다는 발상이다.

이와 함께 정부사업에 민간참여를 늘리고 사회복지·보건·치안·교육 등 수요가 많은 곳에 공무원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하겠다면서도 공무원 수는 동결하겠다는 복안도 밝혔다.

국민의 정부 때나 참여정부 때를 보면 정부 개편 폭이 작아서 정부 조직에 대한 그림이 분명하게 그려졌지만 지금은 그 폭이 워낙 클 것으로 보여 정밀한 관측은 쉽지가 않다.

다만 한반도선진화재단이나 행정개혁시민연합, 한국정책과학회,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이 당선자에게 수시로 자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뉴라이트 진영의 한반도선진화재단은 1원 10부 2처로 된 개편안(조직도 참고)을 당선자 쪽에 전달했다.

국가전략기획원, 미래인적자원부, 과학산업부, 평생가족복지부 등장 전망

국가전략기획원은 재경부와 기획예산처, 규제개혁위원회, 법제처의 국가 전략·계획과 관련된 업무를 묶어 놓은 곳이다. 행정조정처는 현행 행자부가 남북교류협력처는 통일부가 각각 축소된 것이다.

재무부는 재경부의 조세와 금융정책을 관할하고 교육부는 노동·문화관광부 일부 기능을 넘겨받아 미래인적자원부로 확대됐다.

과기·산자·정통·문광부는 과학산업부로 통합되고 농림·해양부가 농림수산부로 또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가 평생복지가족부로 합쳐지는 것으로 돼 있다.

건교부와 해양수산부도 국토해양부로 묶이고 국정홍보처는 외교통상부나 각 부처로 이관되는 한편 감사원은 국회에 넘겨지는 그림이다.

안을 마련한 카톨릭대 김관보 교수는 "후보시절 캠프와 교감하에 진행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 안을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설계했기 때문에 당선자 쪽에서 다른 안보다 더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 역시 "이번에는 정부조직 개편의 그림이 크다보니 관련돼 있는 단체만도 수 백 개에 이르는데 게 중에는 서로 상충되는 주장도 많다며 한선(한반도선진화재단)쪽 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경제, 고용, 양극화 등 새로운 국민 수요를 정부 조직에 반영해야" 주장도

한국정책과학학회는 이보다는 좀 큰 2원 12부, 5처 안을 마련했다.

이 안을 마련한 한성대 이창원 교수는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경제활성화와 고용, 양극화 문제 등에 대한 국민들의 수요가 많아진 만큼 수요자 중심으로 조직을 짰다"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경제산업부, 중소기업진흥부, 고용노동부가 이 같은 국민들의 수요를 반영해 신설됐고 국토안전관리, 국토환경관리, 문화생활, 농림해양, 사회복지부도 새로 만들졌다.

외통·법무·국방부와 현행 2원은 존치시키는 것으로 돼 있다. 또 법제, 국가보훈처는 유지시키는 대신 남북관계조정처, 국무조정처, 기획예산지원처가 신설되는 방안다.

이 안은 현재 한나라당 김정권 의원을 통해 국회에 이미 제출돼 있는 상태다.

이 밖에 1원 5실 14부 15청으로 한 행정개혁시민연합의 안과 6개 부처로 대폭 줄이고 대신 선임 장관제를 두자는 외국어대 황성돈 교수의 안도 관심을 끌고 있다.

▲ 국무위원 최소 15명으로 규정한 헌법과 배치···총선일정상 관련법률 개정도 미지수

모두 획기적인 시나리오들이지만 실현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을 겪게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선진화재단의 안의 경우는 국무위원수를 최소한 15명으로 정해놓은 헌법과 배치돼 있다. 따라서 10개 부처로 줄이려면 이는 지금의 여당의 협조를 얻어 개헌을 해야한다.

특히 인원은 손을 대지 않고 조직만 셔플링해서 대부처, 대국으로 만들어 놓는다면 작은정부가 아닌 득표용 공약이었다는 비난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또 앞으로의 일정을 놓고 봤을 때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2월 25일 대통령 취임 이후 곧바로 총선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정부조직법 등 관련 법률이 얼마나 쉽게 개정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CBS경제부 권민철 기자 twinpine@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