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명박 정부의 '아침형 행정시스템'으로 발빠르게 전환하고 있으나 공직사회에서는 벌써부터 비효율과 피로감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공휴일없이 일…일…일…
지난 7일 취임한 조현오 신임 부산경찰청장은 주말인 8~9일 업무보고를 받으려고 출근했다. 과·계장급 간부 60여 명과 실무자들도 하루종일 자리를 지켰다. 앞서 어청수 경찰청장은 지난 7일 취임과 동시에 매일 오전 8시40분 열리는 간부회의를 40분 앞당기겠다고 선언했다. 경찰이 이처럼 강행군을 하는 것은 '노 홀리데이'와 '월화수목금금금'을 선언한 이 대통령의 뜻을 전폭적으로 수용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부산지역 일부 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 부산 중구와 부산진구청 역시 매주 월요일 오전 8시40분 열리던 간부회의를 40분 앞당긴 데 이어 매주 금요일 오전 8시40분에 갖던 행정실적보고회를 오후 5시로 바꿔 지역현안 해결을 위한 난상토론 형식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구청은 또 6급 공무원을 대상으로 매주 '생활행정 아이템 발굴 합동회의'를 열기로 했다. 부산 영도구는 기업체를 직접 방문해 어려움을 듣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이명박 정부의 '현장 챙기기'를 도입하기로 했다.
"일도 좋지만 효율성은 글쎄…"
아침 일찍 출근하고 휴일에도 근무하는 행태는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의례적으로 반복돼 왔다. 다만 이 대통령 스스로 '노 홀리데이'를 내세우며 국무회의를 1~2시간 앞당긴 점으로 미뤄 이런 분위기가 과거 정부보다 오래갈 가능성이 높다. 일선 공무원들 사이에는 벌써 걱정과 함께 불만도 만만치 않다.
부산경찰청 A 간부는 "신임 조 청장이 실적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바짝 긴장하고 있다"면서 "이제부터 '주7일 근무체제'에 돌입하는 것이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부산진구청의 한 사무관은 "새벽부터 휴일도 없이 일한다고 해서 과연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과로노동이 장기화할 경우 자발성과 창의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공무원은 "우리는 주7일 일하면서 민간기업에게는 '가족 친화적 직장문화'를 권고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전체 공직사회 구성원들이 마지 못해 일찍 나오고 늦게 들어가는 문화로 이어지면 성과를 내는 데도 실패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네티즌들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한 네티즌은 포털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공무원들의 일처리가 너무 늦어 불만이 많았다. 근무시간만 늘리지 말고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듣고 속도를 내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노성 장호정 기자 ns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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