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봐도 부처 이기주의가 팽배합니다.”
총리실 산하 규제개혁기획단 한 공무원의 말이다. 기획단은 각종 불필요한 규제를 풀어 기업과 국민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해 8월 발족됐다. 각 부처 공무원과 국책연구소 연구원,현대 삼성 등 20여개 기업체 직원들이 파견돼 있다.
특히 이곳에 파견된 공무원들은 부처 입장에서 벗어나 독립적 입장에서 일하고 있다. 이런 탓에 ‘친정’을 비롯한 다른 부처와 업무 협의를 할 때면 곤란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공무원 A씨는 “설득력 있는 규제 완화안을 들고 기존 부처 공무원들을 찾아가면 십수 년 전 규제를 만들 때의 논리를 고집하며 부처 입장만 보호하려는 경우가 많았다”며 “규제 완화 얘기만 나오면 경계의식부터 갖는 것도 아쉬웠다”고 말했다. 모 대기업에서 파견된 B씨도 “공무원이면 으레 그러려니 했지만 막상 일해보니까 부처 이기주의가 예상보다 훨씬 심했다”며 “공무원들의 민간 파견 근무를 확대해 규제당하는 처지에 서볼 기회를 많이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획단의 업무 방식도 기존 공무원 사회가 참고할 만하다. 공무원 C씨는 “특정 사안을 놓고 팀이 꾸려지면 팀장을 포함한 전 멤버가 동등한 수준의 발언권을 갖고 일한다”며 “그만큼 의견 개진이나 토론이 활발해 풍부한 아이디어가 모인다”고 말했다. 담당 공무원 1인이 주도해 보고서를 만든 뒤 결재 라인만 거치는 방식의 일반 정부 업무 스타일과는 사뭇 다른 셈이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기획단에 파견된 민간인들은 초창기에 공무원 특유의 업무 스타일에 적응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고 한다. 사소한 출장과 외출까지 일일이 결재받는 것이나 과도한 보고서 작성과 잦은 보고,빡빡한 출근제도 등 융통성이 너무 부족해 보였다는 것. 기업체에서 파견된 D씨는 “특히 최종 결과물이나 순익(결과)을 중요시하는 민간 또는 시장 논리와 달리 프로세스(과정)에 너무 매이는 모습도 답답해보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간인들은 공무원 사회의 긍정적인 면도 눈에 띄었다고 한다. 기업체에서 파견된 E씨는 “우리와 달리 공무원들은 ‘나라 또는 국민을 위한다’는 애국심 같은 게 깊이 배어 있는 것 같았다”며 “별 군소리 없이 밤늦게까지 일하는 것이나 주어진 과제는 어떻게든 해내려는 우직한 모습은 국민 입장에서 보기 좋았다”고 평가했다.
손병호기자 bhson@kmib.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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