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6일 "밤잠을 설친다"고 했다. 경제는 안 풀리고 지지율은 떨어지고 미국 쇠고기 문제는 갈수록 태산이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런데 걱정이다. 평소 4시간 자는 대통령이 밤잠을 설치면 거의 잠을 안 잔다는 얘기다. 국가를 보위해야 할 대통령이 잠을 설쳐 컨디션이 나쁘다면 국가 중대사다.
공무원 잠자리는 더 걱정이다. 요즘 공무원들 부지런한 대통령 따라가느라 가뜩이나 잠이 모자란다. 새벽회의에, 야근에, 일요일도 없다. 대통령이 잠을 설치는데 이들의 잠자리가 편할 리가 없다.
그렇게 밤잠을 못 자 가면서 일한 결과가 쇠고기 협상 같은 것이라면 좀 허무해진다. 가만 보니 `열심히, 부지런히, 성실하게` 국민 감정에 불을 지르고 있다. `왜 30개월 이상 소까지 양보했느냐`는 질문에 "미국에선 대부분 30개월 되기 전에 소를 잡기 때문에 별 의미 없는 규정"이라고 답한다. 별 의미도 없는 것을 왜 넣었느냐고 묻기에 앞서 말문이 막힌다. 고위 공직자란 사람이 진지한 표정으로 이것을 해명이라고 내놓는 상황의 기막힘에 압도당해서다. 국민이 자기보다 아래이고 멍청하게 생각될 때만 나올 수 있는 답변이다.
국민 보건을 책임져야 할 질병관리본부장이란 사람은 "국민들의 behavior(행동)를 바꿔야 하는 부분이 상당히 크다. 척수를 소금 찍어서 참기름에 먹는 식이 과연 좋으냐"고 말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위해 아예 수천년간 내려온 민족의 식습관을 바꾸라는 소리다.
이들 공무원을 보면 `이 사람들 잠이 부족해서 이러지` 싶은 처량한 생각이 든다. 만성 수면부족은 집중력과 학습능력을 떨어뜨리고 최근 한 연구에서는 도덕적 판단력까지 저해하는 것으로 나왔다. 설령 이런 부작용이 없다 하더라도 대한민국은 대통령이, 공무원이 잠 안 자고 일한다고 해서 좋아질 만큼 그렇게 작은 나라가 아니다. 열심히 하는 척, 잘하는 척도 이제는 그만할 때가 됐다. 좀 더 자고 맑은 정신으로 일해야 한다.
[과학기술부 = 노원명 기자 wmnoh@mk.co.kr][출처] ⓒ 매일경제 & 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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