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들어 의욕적으로 추진돼 오던 공무원연금 개혁이 크게 후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편안을 만들고 있는 행정안전부는 당초 해마다 기하급수로 불어나는 연금 적자를 줄이기 위해 국민연금에 준하는 수준으로 개선하기로 했으나 최근 제로베이스에서 재논의하기로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특히 18일부터는 공무원연금 개편 논의가 있은 후 처음으로 노조를 참여시키기로 해 이명박 정부 연금 개혁이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염려마저 나오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편 논의가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중간 점검한다.
◆ "노조와 개편안 논의" =
16일 행정안전부 고위 관계자는 "18일부터 노조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여 연금개편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노조와 국민이 모두 만족하는 절충안을 찾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직장협의회가 아닌 노조와 연금 개편안을 논의하는 것은 참여정부 때도 없던 일이다.
또 이 관계자는 "이제부터 협의가 시작되는 만큼 시기가 다소 걸릴 것"이라고 말해 당초 상반기 내로 예정됐던 정부안 확정 시기가 연기될 가능성마저 시사했다.
행안부 연금담당자도 "4월에 확정한 전문위안은 그야말로 한 가지 의견에 불과하며 백지 상태를 가정하고 개편안을 수립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참여정부 때 지지부진했던 연금개혁 작업이 이번 정부에서도 좌초 위기에 직면했다.
이에 앞서 원세훈 행안부 장관은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한 연구가 거의 끝났다"며 "상반기 중 이를 처리할 계획"이라고 강한 개혁의지를 밝힌 바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 1월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통합하는 것을 주요 개편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어 행안부 소속 연금제도전문가위원회는 지난 4월 기존 공무원에 대해 3년 내 보험요율을 현행 5.525%에서 7%까지 올리고, 지급률은 2.12%(33년 근무시)에서 1.435%로 낮추는 내용을 담은 개혁안(전문위안)을 마련했다. 이 같은 지급률을 적용할 때 33년을 근무한 뒤 퇴직한 공무원이 매월 받는 연금은 급여 대비 현행 69.96%에서 47.35%로 22.61%포인트나 줄어든다.
◆ 핵심 쟁점은 지급률 =
연금 보험료 인상은 공무원연금에 대한 비난 여론을 감안해 노조도 어느 정도는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행안부도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지급률을 두고서는 노조와 연금 개혁을 주장하는 측 의견이 확연히 다르다.
노조에서는 2.12% 고수를 주장하는 반면 해당 전문가들은 1.50%가 넘어가면 연금적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 공무원 연금 적자(연금 수입-연금 지출) 규모는 올해 사상 처음 1조원을 돌파해 1조2684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며 2010년 2조1000억원, 2015년 6조2000억원, 그리고 2020년에는 무려 10조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20년 기준 공무원연금 누적적자는 6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문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 교수는 "전문위안은 관련 공무원들과 협의를 통해 마련한 것"이라며 "지난해 국민연금 지급률을 1.25%까지 깎아내렸는데 국민은 고통을 감내하라고 해놓고 공무원 자신들은 슬그머니 발을 빼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전문위 위원도 "연금 개혁을 한다면서 노조와 협상을 하는 나라는 그 어디에도 없다"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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