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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시간: 2008년06월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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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 "이명박을 본받아야"

워싱턴포스트, "이명박을 본받아야"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 문제와 관련하여 이명박 정부의 고충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은 미국언론이었다. 워싱턴포스트지는 14일 사설에서 ‘서울의 쇠고기 불만(Seoul’s Beef Beef)’이란 제목으로 이 문제를 다뤘다. 사설은 A4용지 1장이 조금 넘는 분량을 통해 쇠고기 협상 문제를 둘러싼 한-미 양국의 문제를 깔끔하게 짚어내고 있다. 한국인들도 한번쯤 보고 생각해 볼 내용인듯싶어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여 사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사설은 OIE에서 인증하고 미국인들도 안심하고 먹는 美쇠고기에 대한 한국인들의 폭동에 가까운 반응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 중국제 장난감의 납 공포, 칠레산 포도의 독극물 투여 공포 등, 미국에서도 가끔 있었던 수입품에 대한 공황발작을 가만하더라도 그렇다는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하여 사설은 건강문제 이외에 두 가지 이유를 추가로 거론한다. 한국의 민족주의 성향과 그 속에 포함된 한국적 보호무역주의 때문이란 것이다.

사설은 한미 양국 모두 FTA 체결에 반하는 적(敵)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의 적들은 광우병으로부터 비롯된 이명박 대통령의 곤경을 FTA를 좌초시키는데 이용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는 미국의회를 지배하고 있는 민주당의 요구, 즉 한국이 미국 쇠고기를 수입하기 전에는 한미 FTA처리를 거부한다는 입장과 맞물려 FTA를 좌초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추가협상 조차도 한미FTA를 좌초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따라서 사설은 금주에 한국대표들과 협상하는 미국의 통상교섭 대표들이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금지조치를 다시 시행하는 일이 없도록 도와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방법으로는 한국정부가 요구하는 내용, 미국수출업자들이 자율적으로 한국에 판매하는 쇠고기를 월령 30개월 미만으로 제한할 수 있도록 미 정부에서 보증해 줄 것과, 미국의 주요 쇠고기수출업체들이 월령 라벨을 잠정 부착할 것을 거론하고 있다.

쇠고기문제가 해결되면 한미FTA에 대한 미국 내부의 적, 즉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이 더 이상 FTA를 거부할 구실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설사 오바마를 비롯한 민주당 인사들이 자동차 시장 개방의 불공정성을 거론한다 해도, 미국 산업계의 압도적인 다수가 한미FTA를 지지하기 때문에 반대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민주당은 한국의 광우병 파동을 빌미로 FTA를 좌초되게 하고 그 책임을 한국에 돌릴 것이라 예측한다.

사설은 그러한 민주당에 대해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을 본받으라고 충고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성난 국내 저항에도 불구하고 신념을 가지고 국가를 위해 옳은 일을 하고 있으며, 민주당 역시 지지자들의 반발에 부딪치더라도 이명박 대통령을 본받아 FTA를 비준해 주어야 한다는 내용으로 끝을 맺는다. 한국의 광우병 촛불시위를 중심으로 하여 한미 양국의 정국구도와 이해관계를 냉정한 입장에서 짧지만 정확하게 짚어낸 사설이었다.

사설을 읽으며 왜 한국에는 이런 보도가 나올 수 없는지 회의가 들었다. 광우병 괴담에 철밥통의 운명을 걸고 선동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방송과 좌파성향 언론들은 어쩔 수 없다고 치자. 그러나 보수성향의 언론들조차 광분한 군중의 위세에 주눅이 들어 필을 꺾고 포퓰리즘에 영합하는 한국의 현실은 암담하기 그지 없다. 요즘 같아선 좌파 정치인의 발언이 자꾸 떠오른다. 한국엔 대통령 때리기라는 새로운 e-스포츠가 생겼다고.

지금 한국은 새로운 개항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차대한 시점에 놓여있다. 한국이 한미 FTA를 필두로 자유무역을 추진하여 세계화의 주역이 될 수 있다면 그 미래는 밝을 것이다. 그러나 조선말 위정척사를 방불케 하는 민족주의적 보호무역로 세계화를 거부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또 한번의 좌절과 고난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광우병 시위는 자칫 우리의 역사에 천추의 한을 남길 민족적인 패착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워싱턴포스트도 언급을 했듯이 이명박 대통령은 온갖 고난을 무릅쓰고 국익을 위하여 잘못된 선동과 싸우고 있는 용기 있는 정치인이다. 그가 만일 국익보다는 사욕을 앞세운 정치인이라면 진작에 소신을 버리고 포퓰리즘을 선택하여 쇠고기 재협상을 추진했을 것이다. 이 곤경 속에서도 뜻을 굽히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이명박은 존경받을만 하다. 그런 이명박 대통령을 비난하고 훈계하는 한국의 언론들은 어떤가?

상업주의에 물들고 포퓰리즘에 굴복하여 소신을 굽히고 이명박 때리기에 동참하는 한국의 언론들이 과연 이명박을 비난하고 훈계할 자격이 있을까? 생각해 볼 문제다.

엔파람 논설위원 시대유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