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여름휴가철을 앞두고 청와대 직원들에게 내린 해외여행 자제 주문이 공직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칠 조짐이다. 총리실을 비롯한 각 부처들도 청와대의 공무원 해외여행 자제 지침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의 이 같은 주문은 경제가 위기국면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내수경기 진작을 위해 내린 고육지책으로 보이지만, 대통령의 언급이 가뜩이나 침체된 해외여행업계를 더 위축시키는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총리실은 청와대의 지침에 앞서 이미 직원들에게 올여름 휴가를 국내에서 보낼 것을 권장해왔는데 한승수 총리가 가장 솔선수범하는 분위기다. 총리실 관계자에 따르면 한 총리는 최근 확대간부회의에서 “바다 쪽으로 여름휴가를 갈 계획이면 원유 유출로 인해 고통을 겪은 태안지역으로 가는 것이 좋다”면서 “나도 태안 쪽으로 휴가를 갈 계획”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통상부는 업무상 해외 출장이 많은 부서지만, 직원들에게 “휴가는 가능한 한 국내에서 보내는 게 좋다”고 권장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공무원들은 “어려운 때 고통을 분담하는 것은 공무원이 해야 할 당연한 것”이라면서도 “이미 가족들과 해외휴가를 계획해뒀는데 사생활까지 통제를 받아야 하느냐”고 볼멘소리를 내기도 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고유가 시대로 국가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당에 공직자가 해외여행을 자제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며 “해외여행보다는 기름 유출 피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충남 태안이나 자신의 고향으로 가 검소하게 휴가를 보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들은 ‘해외여행 자제’라는 대통령 발언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는 분위기다. 한 간부는 “물론 직접적으로 모든 일반 공직자들에게 해외여행을 자제하라는 지시가 온 것은 아니지만 대통령께서 직접 언급했기 때문에 공무원으로선 눈치보지 않을 수가 없다”며 “우선 이번 여름휴가때 해외여행을 계획했던 공무원들은 심리적으로 크게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부의 한 간부는“대통령의 말이 개인적인 해외 휴가에 대한 자제령이면 원칙적으로 옳지 않다”면서도 “경제가 어려우니 공무원들이 솔선수범하자는 건 이해할 수 있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에너지공기업이 많은 지식경제부 산하기관의 반응은 엇갈렸다. A기관 관계자는 “최근 점심시간이나 업무종료 후에 소등이 제대로 되는지를 점검하는 등 자체적으로 에너지 절감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라며 “해외여행 자제를 공기업부터 솔선해 경제회생의 분위기를 살려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B기관 관계자는 “경기가 어려워 해외여행 가겠다는 이들이 많이 줄었다”면서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기에는 가벼운 사안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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