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국제공항 인근에 사는 윤모(61·부산 강서구 대저2동)씨는 지 난 10일 오전 낯선 남자들이 담장을 넘어 집 안으로 들어와 건물 벽에 페인트칠을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윤씨는 이들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구청에서 나왔으며,APEC 정 상회의를 앞두고 환경정비를 위해 도색작업 중"이라는 게 이들의 답변이었다.
강서구청으로부터 아무런 사전연락도 받지 못한 윤씨는 어리둥절 했지만 '관(官)에서 하는 일이려니'하는 생각에 선뜻 내키지 않는 마음을 추스르고 그냥 두고 볼 수밖에 없었다.
이후 오후 시간이 돼 도색작업 인부들이 돌아가고 난 뒤 윤씨는 또 한 번 어이가 없음을 느껴야 했다.
공항쪽에서 보이는 부분으로만 새롭게 페인트칠이 돼 있었다.
오 히려 집 외벽이 얼룩이 진 것처럼 군데군데 덧칠한 꼴이 되었던 것.
윤씨는 "집주인 허락도 없이 남의 집을 도색하는 것만으로도 기분 이 상하는 판에 일부 벽면만 페인트칠이 돼 집 전체가 도색을 하 다 만 것처럼 돼버렸다"며 "큰 행사를 앞두고 주변환경을 정비하 자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개인의 재산을 일방적으로 다루는 것은 도가 지나친 것이 아니냐"며 불만을 나타냈다.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김해공항 주변 환경정비라는 명목으로 부 산 강서구청이 지역주민들에게 사전 협조도 없이 일방적으로 주택 을 도색해 물의를 빚고 있다.
더구나 가옥 전체를 새롭게 도색한 것이 아니라 공항쪽에서 바라보이는 벽면만 페인트를 칠한 것으로 드러나 '전시행정'이라는 비난까지 받고 있다.
19일 강서구청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1천200여만원의 예산을 들 여 김해공항 정문 진입로 주변의 주택 16채에 대해 도색작업에 들 어가 지난 주말께 완료했다.
그러나 구청은 지역주민들의 동의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 로 작업을 추진한 데다 공항 방향에서 바라볼 때 시야에 드러나는 일부분만 도색해 지역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강서구 대저2동 김해공항 정문 인근 주택 중 일부는 공항쪽 외벽 과 맞붙은 옆 외벽이 서로 색깔이 달라 어색한 느낌을 주고 있다.
심지어 인근 가옥에 접해 있는 일부 주택의 경우 옥상 등 눈에 띄는 부분만 도색돼 있는 실정이다.
주민 김모(57)씨는 "정작 마을 골목을 들어서면 덧칠된 부분과 낡 은 벽면이 부조화를 이뤄 우스운 꼴로 변했다"고 불평했다.
이에 대해 강서구청 관계자는 "사전조사 과정에서 지역주민들에게 협조를 부탁했지만 정작 작업을 시행하면서 담당자 간 업무연계 가 이루어지지 않아 일부 주민들에게 연락이 되지 않은 것 같다" 며 "예산 부족으로 가옥 전체를 모두 도색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 는 향후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조속히 추가 시행토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김종열기자 bell10@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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