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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시간: 2005년05월23일

세계일보 홈페이지: - 조회 : 372

구청장 판공비 "멋대로"

【단독】단체장 판공비 ''멋대로''

서울지역 구청장들이 ‘기관운영업무추진비’(판공비)를 동문회비나 학위취득 축하연 비용 등 일정한 기준과 원칙 없이 마구잡이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일부 구청장은 업무추진비로 선출직에 엄격히 금지된 외부인사 금품제공(축·조의금·화환 등) 용도로까지 버젓이 사용하고 있어 선거법 위반 논란도 예상된다.

이 같은 사실은 세계일보가 서울지역 25개 모든 자치구에 올해 1·4분기(1∼3월) 구청장 업무추진비 내역에 대한 행정정보공개를 청구, 자료를 제출받아 사용내역을 확인한 결과 22일 확인됐다. 서울지역 모든 구청장의 업무추진비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초구청장은 자신의 석사학위 취득대학 동문회비와 박사학위 취득 축하연 관련 비용 등을 업무추진비로 지출했다. 강동구청장 등 일부 구청장은 현행 선거법상 축·조의금 기부가 금지돼 있는 유관 기관장들에게 화환 등을 보냈는가 하면, 동작구청장은 소속 직원도 아닌 전투경찰들에게 청사경비 격려 명목으로 거액을 지출했다.

25개 자치구 구청장들은 3개월 동안 평균 1527만원(월 평균 509만원)의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 중랑구청장은 2355만원(월 785만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강북구청장은 809만원(월 269만원)으로 가장 적었다.

서울지역 구청장들이 3개월 동안 쓴 업무추진비는 모두 3억8196만원으로, 이를 유형별로 보면 정책관련 간담회 등 1억9211만원(51%), 위문·격려 등 직원 사기진작비 1억5039만원(31%), 구청장실 운영 등 기타 경비 3945만원(10%)으로 각각 나타났다.

하지만 업무추진비로 편성된 자치구의 예산은 이번에 구청장들이 공개한 ‘기관운영업무추진비’ 외에도 주요 투자와 행사에 사용되는 예산인 시책추진업무추진비와 직원의 사기진작이나 경조사에 쓸 수 있는 정원가산업무추진비, 부서경비로 사용되는 부서운영업무추진비 등이 더 있어 이를 모두 포함할 경우 실제 구청장이 사용할 수 있는 업무추진비는 훨씬 많다.

현행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은 기관 예산 사용내역을 자발적으로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2003년 제정된 ‘정보공개총리훈령’도 업무추진비의 자발적 공개와 세부 집행내역의 공개를 의무화했다. 그러나 서울지역 대부분 자치구는 아직까지 업무추진비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도봉구만 자발적으로 업무추진비를 공개하고 있다. 2000년에는 참여연대가 구청장들을 상대로 ‘정보 비공개 결정 처분취소’ 소송을 내 대법원 승소 판결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소송대리인 하승수 변호사는 “업무추진비는 의무적으로 어디서, 누구를, 왜 만나서 무엇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세부 관련사항을 기록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원칙적으로 공개돼야만 방만한 사용 등의 문제가 드러나고, 시민들은 이를 바탕으로 주민소송제 등을 통해 감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시민의 혈세가 낭비되는 것을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