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동래구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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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시간: 2005년05월23일

세계일보 홈페이지: - 조회 : 371

서울 25개구청장 판공비 사용백태

【단독】서울 25개구청장 판공비 사용백태

서울시 일부 구청장들이 업무추진비를 개인용도로 쓰거나 선거법이 금지한 각종 축·조의금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절반 이상의 구청에서 50만∼200만원의 현금을 기관운영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구청장에게 주고, 이와 별도로 비서실에도 각종 운영비 명목으로 매월 30만∼100만원씩의 현금을 지급하지만 영수증 처리가 제대로 안 돼 사용 내역 확인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국민들이 낸 소중한 세금이 ‘눈먼 돈’으로 전락, 업무추진비 사용에 대한 감독 강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조남호 서초구청장은 지난 2월 업무추진과 전혀 무관한 자신의 석사학위 취득 대학 동창회비 7만원을 업무추진비로 냈으며, 같은 달 가진 박사학위 취득 기념 축하연의 준비물 구입 비용 12만원을 업무추진비로 쓴 것으로 되어 있다.

■ 업무추진비는 ''쌈짓돈''

성낙합 중구청장은 ‘대체 취득차량과 신규 구입차량에 대한 무사고 기원비’도 격려 비용이라며 업무추진비로 집행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 박홍섭 마포구청장은 지난 3월 유럽견학에 따른 물품 구입비를 업무추진비로 썼다고 공개했는데 현지에서 일주일가량 머무르면서 먹을 고추장, 김치 등을 샀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행자부는 ‘예산편성기본지침 및 운영지침’에서 구청장이 업무추진비를 직원들의 상여금이나 격려금으로 지출하지 말도록 권고하고 있으나 구청장 대부분은 이를 무시하고 있다. 한인수 금천구청장은 ‘노고직원 격려’ 명목으로 일반부서에 매달 70만원씩 현금으로 지급했다. 김현풍 강북구청장은 구립 스포츠센터 개관식 관련 홍보·기획부서 등에 100만원을 줬다.

특히 김우중 동작구청장은 ‘집단민원 대비 청사경비 격려’ 명목으로 소속 직원도 아닌 전투경찰들에게 2∼3월 7번에 걸쳐 138만원을 지출했다. 다른 여러 구청들은 수행비서와 운전원을 격려한다면서 매월 수십만원씩의 현금을 수시로 지원했다. 한 구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구청 행사나 축제 등이 끝날 때마다 기획, 관리를 담당한 부서 직원에게 격려금 차원에서 현금을 지급하는 것은 오래된 관행”이라고 말했다.

일부 구청장은 업무추진비로 지역 구의회와 경찰서, 소방서 등 관내 기관 직원에게 신임 축하 화환이나 축의금, 조의금을 보냈다. 현행 선거법은 선출직인 구청장의 경우 구청 상근직원과 그 직계 존·비속이 결혼·사망할 때만 금전 제공이 가능하고, 지역내 기관 소속원이나 개인에게 일체의 금품 제공을 금지하고 있다.

■ 선거법도 나몰라라?

또 구의회나 소방서, 동사무소 등 구청 차·하급기관장에 한해 축·부의금을 줄 수는 있으나 이들에게 취임축하 화환은 보낼 수 없다.

하지만 신동우 강동구청장은 지난 1월 강동구 선관위 사무국장에게 축하 화환(5만원)을 보냈고, 다음달에는 신임 경찰서장과 신임동장 등 5명에게 30만원어치의 화환을 보냈다. 금천구청장은 구의회 사무과 직원 자녀 결혼 축의금으로 5만원을 냈다. 마포구청장은 지난 1월 관내에 거주하는 전직 대통령에게 신년인사 난을 보냈다. 전직 대통령 신분이라도 관내 주민에게 난을 보내면 선거법 위반이다.

반면 강남구청과 강북구청, 관악구청 등 8개 구청은 선거법 위반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경조금을 업무추진비로 지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이 정도는 작년 선거법 개정 전까지는 경고(행정조치) 차원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도덕적, 윤리적으로 지탄받을 여지가 있다”며 “상습적이거나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금품을 제공하는 등 선거운동이 확실시될 때는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사용내역 검증 안 돼

많은 구청이 업무추진비를 법인카드 등 신용카드가 아닌 현금으로 지출하거나 공식 업무추진비와는 별도로 구청장에게 각종 명목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많고, 영수증 첨부도 제대로 되지 않아 쓰임새를 확인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노출됐다.

마포·중랑구청장은 ‘각종 현안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매월 200만원을, 종로구청장은 매월 ‘구정운영 기관운영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160만원을 받고 있었다. 용산구청장은 ‘구정 업무수행 제경비 및 직원 격려’ 명목으로 매월 170만원씩 받으면서도 ‘뉴타운 관련직원 격려’ 등 별도의 직원 격려 비용을 업무추진비에서 지출하고 있었다.

강서구청장과 구로구청장은 ‘업무추진 등 활동비’ 명목으로 50만∼100만원씩을 매달 2∼3차례씩 수시로 지급받고 있었고, 중구청장도 ‘업무수행비’로 매월 100만원을 받고 있었다. 양천구청장은 매월 ‘지역순찰 및 시설방문시 주민과의 대화 및 격려활동비’ 명목으로 90만원을 받았다.

이에 대해 한 구청 관계자는 “이 돈은 현금으로 지출되며 직원들에게 포상 등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사용내역 영수증은 다 있지 않다”고 밝혔다. 또 다른 구청 관계자는 “월초에 지급한 돈을 다 사용했을 경우 필요에 따라 추가로 지급하기도 한다”며 “정액 기준은 따로 없고 그때 그때 적절히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구청 관계자는 영수증 정산에 대해 “어떻게 구청장님이 쓰신 돈인데 영수증을 달라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실제 취재팀이 강남구청 총무과를 찾아 회계장부에 첨부된 영수증을 직접 확인한 결과, 모든 영수증이 현금구매 영수증과 간이 영수증으로만 채워져 있었으며, 그 영수증 가운데 사용자 서명이 들어있는 영수증은 단 한 장도 없었다.

기타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역시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대부분의 구청에서 ‘업무협의 간담회’, ‘현안업무 추진비’ 등 업무 관련성 유무와 성격 구분이 모호한 항목의 해당 날짜별 비용 총계만을 공개했다.

나기천·백소용·이귀전 기자

na@segye.com

규정 애매모호… 외부감사도 없어

■ 왜 제멋대로 쓰나

서울지역 자치구 구청장 업무추진비가 방만하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것은 관련 지침이 모호하게 규정된 데다 지금까지 사용내역을 전혀 공개하지 않아 외부감시가 불가능했다는 점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는 시민단체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업무추진비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자 1999년 사생활 침해 등을 이유로 이를 유보하기로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또 시민단체가 2000년 소송을 제기하고, 공개하라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5년 동안 그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행정자치부의 현행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기본지침’에 따르면 업무추진비는 ‘직책급 업무추진비’, ‘정원가산 업무추진비’, ‘기관운영 업무추진비’, ‘시책추진 업무추진비’로 구분된다. 그 외에 통상적인 실·과 등 조직운영용으로 ‘부서운영 업무추진비’도 편성된다.

하지만 이들 업무추진비의 용도 규정이 애매해 자의적으로 사용되고 낭비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즉 업무추진비의 구체적인 사용처와 액수가 정해지지 않아 기관장들이 사적인 용도로 사용할 길을 열어 놓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행자부는 건전한 재정운용과 예산낭비 방지를 위해 집행지침을 마련했지만, 이 지침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행자부는 업무추진비를 공적인 용도로만 사용하고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관행적으로 집행해 온 격려금과 사례금, 선물 및 간담회 비용 등은 지양토록 했다.

특히 업무추진비를 지출할 때는 신용카드 사용을 원칙으로 하되, 불가피한 경우 현금으로 지출할 수 있도록 했지만 총액의 30%를 넘지 않도록 했다. 또 구청장 활동비 등 업무추진비를 현금으로 미리 지급한 경우에도 현금 수령자의 영수증과 집행내용 확인서를 첨부해야 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지침은 신용카드조차 사용하지 않는 구청장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무용지물이 돼 버렸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투명사회국 홍석인 간사는 “업무추진비가 방만하게 운영되는 것은 국가예산이 낭비되는 것으로, 시민단체나 감독기관에서 이를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 검토해 본 뒤 만일 문제가 있다면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감사원은 지난달부터 10월까지 전국 250개 광역과 기초 지자체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에 들어갔다. 감사원은 일부 지자체 등에서 업무추진비를 현금으로 단체장의 격려금으로 집행하는 등 편법 예산운용 사례에 대해 집중 점검할 방침이다.

백소용·이귀전 기자

swinia@segye.com

어떻게 조사했나

취재팀은 참여연대의 대법원 승소판결 이후 지난달 초 강동구청장이 지역시민단체에 업무추진비 내역을 공개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 21일 대한민국 전자정부 홈페이지를 통해 25개 전 구청을 대상으로 같은 내역에 대한 행정정보 공개를 청구했다.

정보공개 공개/비공개 결정시한인 10일이 지난 뒤 결정통지서를 조회했을 때, 종로구와 은평구 등 13개 구청이 결정통지를 하지 않았다. 중구와 강남구청은 ‘4월 말 5월 초 구정업무 행사 관계’ 등으로 공개 여부 결정기간 연장통지를 해와 모든 구청장의 업무추진비 내역을 취합하는 데 10일이 더 소요됐다. 성북구 등 일부 구청은 취재팀이 요청한 대로 전자우편을 통한 시한 내에 그 내역을 공개했으면서도 전자정부 사이트에서의 결정통지는 18일에야 하는 미숙함을 보였다. 관악구는 현재까지 접수 상태로 남아 있다.

전 구청이 업무추진비를 공개한 이후, 취재팀은 내역 취합 및 모호한 공개내역에 대한 전화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전화확인과 함께 지난 19일 강남구청장 업무추진비 공개 내역에 대한 회계장부 실사 작업도 병행했다.

나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