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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시간: 2008년08월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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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로 복귀 관제행사 공무원 동원 너무 심하다

80년대로 복귀 관제행사 공무원 동원 너무 심하다

'전직원의 참석이 요구됨을 죄송하게 생각'

입력 :2008-08-15 13:49:00

[데일리서프 하승주 기자] 서울시를 비롯한 각 지자체들이 관제행사에 공무원과 시민들을 지속적으로 동원시키고 있다. 명목은 자율이나, 공무원의 처지를 감안할 때 강제동원이나 다름없다.

서울시는 최근 15일 열리는 전국경제인연합회 국토대장정 행사를 위해 각 자치구 자원봉사센터에 자원봉사자 동원을 위한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각 구청마다 100씩 할당된 이들 자원봉사자들은 본행사장, 청계광장, 행진참가 등에 배치되어 행사진행을 도울 것이라고 한다. 정부행사도 아닌 전경련 행사에까지 자치구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동원되는 일에 어리둥절해 하는 하고 있다.

지난 5~6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이 있던 때에도 강남구와 서초구의 공무원들인 환영 환송행사에 참가해야 했다. 서울시와 해당자치구는 자발적 참여라고 주장했지만, 이 말을 곧이 곧대로 듣는 일선 공무원들은 별로 없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도 만만치 않다. 동아일보와 함께 주최하는 '아리수사랑 가족 걷기대회(8월 30일'에 전직원의 행사참여를 요구하는 공문을 각 부서로 내려 보냈다. 한겨레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이 공문에는 전 직원의 참석과 참여자 명단 제출을 요구한 뒤, '모집(인원동원) 분야 최우수 및 우수부서를 선정해 부서 및 사업소 평가 반영'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행사 참여 여부를 인사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말이다.

더욱이 본부는 걷기대회에 이어 열리는 '아리수 페스티벌'까지 참여하면 초과근무 네 시간을 인정하고 수당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행정안전부의 초과근무 수당과 관련된 지침을 어긴 것이다. 상수도사업본부 이종욱 홍보과장은 "공문 내용이 잘못된 것"이며 "행사 진행자들에만 초과수당이 지급된다"고 밝혔다.



	▲ 강남구청의 공문 중 일부 ⓒMBC 뉴스화면 캡처

또 서울시는 15일 한강 둔치에서 열린 ‘건국 60주년 기념행사’에도 휴일 시간외수당까지 챙겨주겠다며 참석 대상 공무원들의 명단까지 작성했다. 강남구청 내부게시판에 공개된 이 공문은 ‘휴가자를 제외한 전직원 참석’을 요청하고 있다.

행사를 주관하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서울시에 공무원 동원을 요청을 했고, 서울시는 다시 각 구청에 지시를 내린 결과로 이루어진 것이다. 강남구, 서초구, 마포구 등 서울 5개구에 동원령이 떨어졌다.

명단까지 작성된 마당에 개인적인 사정을 호소하기도 힘든 공무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휴일에도 행사에 동원되어야 했다.

공무원 동원령은 서울시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광주시도 시 산하 기관과 일선 구청에 보낸 공문을 통해 건국60년 및 제63회 광복절 경축식의 전야 음악제와 광복절 경축식에 소속 직원의 행사 참석을 시달했다. 물론 명목상 ‘자율’이다.

광주시 본청에서는 행사참석 공무원 명단을 제출하고, 일선구청도 ‘자율참여’ 계획을 수립해 시 총무과에 제출하도록 했다. 결국 광주시 전체 공무원의 80% 동원령을 내렸고, 14일 전야제 음악제와 15일 경축식에 할당된 공무원들을 배분했다.

이런 풍경은 80년대에 흔히 볼 수 있던 풍경이다. 공무원들이 각종 관제행사에 불려 나가, 뙤약볕 아래 도열하여 ‘행사분위기를 돋구는 역할’을 하는 것은 “통제행정, 전시행정”에나 어울리는 일이다. 결국 강남구와 서초구는 직원들의 반발로 광복절 행사 동원계획을 철회했다고 한다.

이 논란을 지켜본 누리꾼 ‘운봉’은 “시민들이 보러가지 않아 공무원을 동원해야하는 행사를 왜하느냐 ”고 반문했다. 일선 공무원들은 3일 황금연휴의 첫 시작을 ‘시민들이 보러가지 않은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30도가 넘는 무더위를 참아야만 했다. 손영태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은 "공무원들을 아직도 정치인들의 하수인이지 국민들의 진정한 봉사자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