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공정택 교육감)이 19일 두 차례 연기 끝에 결국 국제중학교 지정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초등학생들에게까지 국제중 입시경쟁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비판과 함께, 영어몰입 교육과 연간 500여만 원의 수업료로 교육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교육청의 이날 발표가 공청회나 여론수렴은 물론 시 교육위원회의 심의도 받지 않고 강행돼 "초등학교 때부터 철저히 경쟁을 시키겠다"고 당선소감에서 밝힌 공정택 교육감에 대해 "절차를 무시한 채 밀어 붙였다"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1단계부터 각종 경시대회 수상실적 반영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지난 13일과 14일 발표가 연기된 국제중 신입생 선발 방식 등을 포함한 '특성화중학교 지정 계획'을 발표하고 교과부와 협의를 통해 10월께 구체적인 전형요강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계획에 따르면 국제중 전형 1단계에서 학교장 추천과 학교생활기록부 중심으로 모집정원(160명)의 5배수인 800명을 뽑고, 학생부와 경시대회 수상실적 등이 고려된다. 또한 학교 영어 방과후학교, 영어체험센터 참여실적과 교과부 및 서울시교육청 주관 경시대회 수상실적 등이 반영된다.
이후 개별면접과 집단토론을 통해 모집정원의 3배수인 480명을 가린 뒤 무작위 추첨을 통해 최종 합격자를 뽑는다. 학생 모집지역은 서울로 제한되며 모집인원 중 30~40명은 외국어능력우수자, 저소득층 자녀를 대상으로 특별전형을 실시해 선발한다.
현재 사학법인 대원학원과 영훈학원이 기존의 대원중과 영훈중을 국제중으로 전환하는 것을 교육청에 신청해 놓고 있다.
국어.사회 빼고 영어로 수업...수업료는 연간 약 480만원
국제중 수업은 국어, 사회 등 일부 교과를 제외한 과목의 경우 영어로 가르치는 영어몰입교육이 실시되고 영어, 세계사 등 국제 관련 수업이 늘어난다. 수업료는 학생 1인당 연간 480만 원가량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40년 만에 중학교입시가 되살아나 정상적인 초등교육의 파행구조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것"이라며 "교육과학기술부가 나서서 명백히 서울시 국제중학교 설립에 대한 ‘불가’ 입장을 천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교조는 앞서 지난 14일 낸 성명에서 "경시대회 성적을 국제중학교 선발요건에 넣는다면 가뜩이나 학교시험에 억눌려있는 초등학생들까지 경시대회 준비를 위해 밤늦도록 학원에 끌려 다니게 할 것"이라며 국제중 전형 3단계에서 이루어지는 무작위 추첨에 대해서도 "많은 학부모들에게 합격기대감을 갖게 해 오히려 국제중학교 입시열풍을 더욱 확대․심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제중의 영어몰입 수업에 대해서도 전교조는 "조기유학이나 고액과외 등이 선발전부터 입학 이후까지 계속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기숙사비를 포함해 연간 1천만 원 이상의 수업료가 든다는 국제중학교는 '인재양성'이 아니라 특목고 입시명문 '귀족중학교'로 전락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40년만에 중학교 입시 부활...초등교육 파행, '귀족학교'로 전락할 것"
한편 서울시교육청이 시 교육위원회의 심의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도 않고 국제중 지정계획을 발표해 비난이 일고 있다.
최홍이 서울시 교육위원은 18일 CBS '고성국의 시사자키'와의 인터뷰에서 "(국제중 지정계획 같은)중대사안을 교육위원회 심의도 하지 않고 언론플레이부터 하느냐고 (교육청에)문제를 제기했다"며 "원칙적으로 교육위원회에 심의권이 있기 때문에 교육위원회의 동의를 먼저 받아야 한다. 우리가 동의해줘야 거기에 따라 절차를 밟고, 입학생이나 학교설립은 그 다음에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교육청이 지난 8일 언론에 국제중 발표가 13일 있을 것이라고 흘리자 시 교육위원들과 시민단체에서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자 교육청은 이를 14일로 연기하더니 공청회나 여론수렴은 물론 교육위 심의도 없이 다시 19일 발표해 버린 것.
시 교육위 심의.여론수렴 없이 밀어 붙이는 공정택 교육감
최 위원은 "(국제중 추진이)3년 전에 거대한 저항에 부딪혀서 물렸던 것인데 그런 것을 (공정택 교육감이)교육감에 당선됐다고 다시 밀어붙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최 위원은 국제중의 영어몰입 수업에 대해 "우리 시대에 영어가 권력이 됐기 때문에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은 이 시대의 새로운 지배계층이 되어버렸다. 그러다보니 상위 학생들, 또는 신 귀족층을 위한 교육정책이 되기 때문에 이런 것들은 서울일수록 더욱 엄격하게 짚고 따지고 나중에 이것에 의해 일어나는 후유증을 참고해서 충분한 논의와 조율을 거쳐서 시작해야 한다"며 영어몰입교육이 교육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제중 지정계획은 향후 교육과학기술부와 협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시 교육위원회를 통과해야만 효력을 갖게 된다. 교육부는 국제중 지정계획에 찬성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교육위원 15명중 10명이 역시 국제중 설립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사입력 : 2008-08-19 14:16:33
최종편집 : 2008-08-19 14:38:14
ⓒ민중의소리
홈으로
> 참여마당 > 자유게시판
민중의소리
홈페이지: -
조회 : 350
의견달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