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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수수,횡령,성추행,패싸움,공문서 유출,관광성 외유….’
지역 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자치단체장과 이들을 견제하고 감시·감독해야 할 지방의회 의원들의 비리와 추태는 눈뜨고 지켜보기 힘들 지경이다.
◇돈에 눈먼 단체장·지방의원=지난 18일 법원은 5000여만원을 횡령하고,선거와 관련해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행기(67) 충남 금산군수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추징금 840만원을 선고했다. 충남지역에서는 시장·군수협의회를 만들어 시·군 예산으로 부당하게 1억5000만원의 기금을 조성한 뒤 임기가 끝나면서 1억3000만원의 잔액을 수천만원씩 나눠 가진 혐의로 지난 3월 김 군수를 포함,15명의 전현직 시장·군수들이 무더기로 기소되기까지 했다.
또 지난 13일 불법 정치자금 모금 혐의 등으로 정종흔(61) 경기 시흥시장이 징역 10월에 추징금 3020만원을 선고받았다. 경기도 단체장 31명 가운데 범죄혐의가 인정돼 시장의 직무가 정지된 곳은 시흥·안산·광주·오산시 등 4곳이나 돼 현재 해당 지역 각종 사업이 난관에 봉착해 있다.
이밖에 지난달에는 합천 창녕 의령 고성 거창군과 마산시 등 경남지역 단체장의 비리의혹사건이 계속 터지자 공무원노조가 검찰의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금품수수는 지방의회에서는 더 노골적이다. 전남 함평군의회의 경우 지난해 치러진 의장단 선거와 관련,전체 의원 9명 중 금품수수 혐의로 5명이 구속되거나 긴급체포됐다. 이 때문에 의결 정족수 미달로 의회의 존립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 초래됐다.
◇폭력이 난무하는 지방의회=인천시의원인 최모 의원과 신모 의원은 지난달 16일 인천대공원 벚꽃축제 개막식 행사 후 안상수 인천시장이 시·구의원을 위해 마련한 저녁 자리에서 폭탄주를 마신 후 말다툼을 벌였다. 말다툼은 폭력으로 번졌다. 지난해 인천시·구의회에서는 의원들간의 이런 난투극이 5번이나 발생했다.
충북 영동군의회 모 의원은 지난 16일 사무실에서 영동군 직원과 육군 탄약재처리시설 입지문제를 놓고 언쟁을 하다 “시설 입주를 승인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면서 사물함에 보관하던 손도끼와 칼을 꺼내 협박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전국 지방의회에서는 의장에게 주어지는 ‘3000㏄급 관용차와 5명의 직원,월 400만원의 업무추진비’ 등 ‘밥그릇’을 놓고 수시로 패싸움이 벌어진다. 향응접대 등 가벼운 추태는 이제 언론의 기사거리조차 안된다.
◇파렴치범죄와 도덕적 해이=지난해에는 부산지역 기초의회 의원들이 금정산 북문의 습지복원 예정지구에서 노래와 춤판을 벌인 사실이 알려지자 이를 규탄하는 환경단체들의 성명이 잇따랐다. 역시 부산지역 모 구의원은 평소 알고 지내던 여성을 노래방에서 강제추행한 혐의로 긴급체포되기도 했다. 또 2003년에는 대구에서 기초의회 의장이 삼성상용차의 설비 매각·이전사업 수주에 나선 업체의 부탁을 받고 구청 건축과에 보관 중이던 삼성상용차 건축허가 관련 공문서를 복사해 건네준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지방의원의 관광성 외유는 언론과 시민단체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2002년에는 민·관·군이 태풍 피해 복구에 여념이 없는 가운데 경기도의원 전원이 9000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추석 직후 해외여행을 계획해 도민들의 반발을 샀다. 또 경남 진주시의원들이 6000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지난 3월 유럽연수를 다녀온 후 제출한 보고서 내용의 상당 부분이 인터넷에 있는 지역소개 내용과 유사 또는 동일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도덕적 해이는 단체장의 인사에도 자주 나타난다. 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전국의 지자체에서 선심성 인사를 단행해 분란을 일으키곤 한다. 이 과정에서 지자체의 행정 공백은 불가피해진다.
◇공직자 소환제 무산=일부 지역에서는 단체장과 지방의원의 부정부패로 인한 행정공백을 강력 비판하며 주민들이 서명운동을 벌인다. 광주지역 25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주민소환조례제정운동본부’는 지난해 7월 시민 1만8915명의 서명을 받아 공직자 소환 조례 제정을 시의회에 청구,광주시의회가 ‘공직자 소환 조례’를 공표하기에 이르렀다. 공직자 소환조례는 선출직 공직자가 위법·부당한 행위나 직권 남용·직무 유기를 했을 경우 주민투표를 통해 임기 만료 전이라도 공직을 박탈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현행법은 대법원 확정판결 전까지 단체장 등이 자기 직위를 유지할 수 있다. 당시 광주시의 경우 박광태 시장의 구속으로 5개월 이상 부시장이 시정을 이끌고 있었다. 그러나 이 조례는 광주시가 상위법인 지방자치법에 위배된다며 낸 조례안 무효 확인 청구소송 결과 무효 처리됐다. 중앙정부가 법을 제정하는 수밖에 없는데도 정부는 미적거리고 있다.
한장희 노용택기자 jh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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