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동래구지부

2007년 한해 자살자 1만2174명. 하루 평균 33.3명 자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률 5년 연속 1위…. 10일은 세계 자살예방의 날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의 자살은 우울한 숫자로만 나타난다. 원치 않는 죽음을 맞는 연간 운수사고 사망자(7604명)보다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국가의 ‘허리’ 계층인 20~39세 청·장년층의 사망 원인 중 1위가 자살이다. 최근에는 가족동반 자살, 청소년 자살 등이 급증하면서 우리 사회의 근간마저 흔들리고 있다.

◇가족동반 자살 잇따라=최근 열흘 새 생활고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가족동반 자살이 잇따랐다. 지난 7일 대구에서는 30대 주부가 두 아들과 극약을 먹고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앞서 지난달 27일에는 서울 지하철 5호선 개화산역 승강장에서 주부 홍모씨(30)가 두 아이를 데리고 선로로 뛰어들었다. 지난 2월에는 사업 실패로 고민하던 40대 가장이 부인과 두 딸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가족이 한꺼번에 자살을 택하는 사례가 올들어 부쩍 늘었다.

가족동반 자살은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고 그 원인과 결과도 다양하다. 핵가족화에 따른 가족의 붕괴 문제를 비롯, 경제문제·아동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하나의 중요한 사회현상으로 다뤄져야 하지만, 국내에서 가족동반 자살의 개념은 아직 희박하다. ‘동반자살’ 범주로 어렴풋이 묶일 뿐이다. 제대로 된 통계치도 없고 관련 연구도 미미하다.

반면 한국보다 일찍 자살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 일본에서는 가족동반 자살을 놓고 다각적인 연구와 해결책을 모색 중이다. 가족동반 자살을 ‘심중(心中·shinju)’이란 분야로 구분해 ‘모-자녀 동반자살’ ‘타살 후 자살’ ‘공모 후 자살’ 등 여러가지 사례들을 연구 중이다.

한국자살예방협회 장창민 과장은 “한국사회는 가족중심 문화가 강한 만큼 문제가 더 확산되기 전에 지금부터라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청소년 자살도 심각=국가의 미래인 청소년층에도 자살의 그림자는 짙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5년 기준, 10~24세 청소년 전체 사망자 3342명 중 887명(26.5%)이 자살 사망자다. 4명 중 1명은 자살로 죽은 셈이다.

경찰청이 지난 3년간 자살한 청소년들의 자살 원인을 분석한 결과 ‘염세·비관에 의한 자살’이 가장 많았다. 한국청소년상담원이 지난해 4700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소년 자살 실태 조사에서 절반이 넘는 2705명(58.8%)이 “자살을 생각했다”고 응답한 것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의 경우 정신병리외적 문제가 작용하고 충동적으로 자살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 청소년 자살자의 100~400배에 달하는 ‘자살시도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숭실대 사회학과 정무성 교수는 “사회와 학교 안에서의 경쟁과 억압적 시스템이 점점 강화되면서 청소년의 스트레스가 높아지는 것이 청소년 자살의 근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베르테르 효과 우려=사회적으로 자살이 계속 확산되는 시점에서 유명 연예인들의 잇따른 자살은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모방자살)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가수 유니, 탤런트 정다빈·여재구씨가 연이어 자살한 데 이어 7일에도 안재환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림대의대 정신과 정덕인 교수는 “죽은 연예인과 자신을 동일시하려는 정신적 메커니즘이 발동하면서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10대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모방자살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모방자살을 언론이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왔다. 안씨 등의 죽음에 일부 언론들은 현장 사진을 여과 없이 내보내고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등 자살소식을 전하는 데 열을 올렸다. 한국자살예방협회는 8일 ‘언론보도권고기준’을 통해 언론이 안씨 사망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보도에 신중을 기해줄 것을 호소했다.

<송진식·유정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