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확정ㆍ발표된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 `공무원연금제도 개편 건의안`에 대해 정부가 공무원 기득권을 줄이는 쪽으로 재개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번 개편안이 재정 개선 효과가 없는 최악의 안이라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이번에 제시된 안을 토대로 공무원연금 구조를 개편하게 되면 10년 이상 근속 공무원이 퇴직 후 받게 되는 연금이 단 한 푼도 감소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연금과 격차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더 벌어지며, 장기 재정추계에도 심각한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개편안(신제도)을 적용할 때 재직기간이 1년인 공무원은 현행(구제도)보다 연금 지급액이 8.4%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그렇지만 재직기간 9년인 공무원은 0.9%만 감소한다. 그러다가 재직연수가 10년이 넘으면 구제도보다 신제도에서 연금 지급액이 오히려 늘어난다. 고질적인 연금적자를 줄이겠다고 마련한 개편안에서 적자 규모가 더욱 커지는 꼴이다.
행정안전부도 이 같은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개편안에 지급액이 구제도보다 신제도에서 많으면 신제도 대신 구제도를 적용하는 내용의 경과 조항을 뒀다.
결국 10년 이상 재직한 공무원은 예전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겠다는 얘기다. 신규 임용 공무원에 대해 획기적인 연금 지급액 감소가 있는 것도 아니다. 신규 공무원이 퇴직 후 받게 될 연금 지급액 감소는 신규 공무원들에게만 해당되는 연금개시 연령 연장(60세→65세)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다. 행안부가 추계한 신규 공무원 연금 지급액 25% 감소 효과 중 20%가 이로 인한 것이다. 지급률 기여율 등 수급구조 조정에 의한 영향은 거의 없는 셈.
행안부는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국민연금에 비해 유리하던 측면을 대부분 유사 또는 동일하게 개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퇴직 후 받게 될 연금액 산정 기준이 되는 지급률을 살펴보면 국민연금과 차이를 더 벌려놨다. 이 지급률은 연금개혁의 핵심이다. 개편 전 두 연금 지급률은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에 비해 1.4배(공무원연금 2.12%, 국민연금 1.5%) 높은 수준이었으나, 개편 후에는 1.9배(공무원연금 1.9%, 국민연금 1%)로 지급률 차이가 훨씬 커졌다.
이 같은 현상은 소득이 높을수록 심화된다. 공무원 평균소득 수준인 340만원 이상인 사례를 비교하면 무려 2.6배까지 차이가 발생한다. 국민연금은 소득재분배 기능을 포함하고 있어 소득이 높아질수록 연금을 삭감해 지급하기 때문이다.
행안부는 "장기(적자)보전금추계는 가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너무 극심해 향후 10년간 재정효과만 공개한다"고 말했다. 대신 보전율 변화 추이 그래프로 장기 재정효과를 설명했다. 그래프는 2040년부터 감소하고 2050년 최저를 기록한 뒤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추세를 유지한다. 정부가 정부 보조금에 인건비 예산을 나눠 보전율을 구했기 때문. 하지만 통상적으로는 보전율 산식에서 분모에 국민총생산액(GDP)을 쓴다. 인건비 예산 증가는 GDP 증가를 크게 능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GDP 분모의 보전율을 계산하면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어지게 된다.
한편 정부는 개편안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짐에 따라 기여율(보험요율) 인상과 연금 지급률 인하 폭을 당초보다 더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배한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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