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동래구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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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시간: 2008년12월05일

눈 홈페이지: - 조회 : 347

12월 끝자락...

내 어릴적 눈에 들어온 12월은 시래기를 엮어서 매달고
호박 고지를 하며 무우 말랭이를 준비하는 정겨운 풍경이었음인데,

땔감재 준비하고 마굿간에 거적 치는건 기본이요, 구들장밑 고랫재
청소와 창호지 바름은 필수 항목이 아니던가 말이다.

그래도 그해 월동준비의 백미는 뭐라해도 삼동 걱정 덜어 준다는
김장 담그는 일이 아닐까 싶다. 물론 들나물도 절여 담그겠지만,

온 천지가 얼어붙어 동면하는 겨울에 땅속에서의 장기간 저장으로
김치는 특유의 싱싱함 그 자체로 우리네 식탁을 리더한다.
(요즘은 개량 김치독, 혹은 김치 냉장고를 사용하거나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되는 김치를 사 먹기에 옛맛은 덜할것 같으이)

또 이즈음 고운 햇살에 말려서 내맘으로 들어오는 단어들이 있다.
마른바람, 황승안개, 구름, 이슬, 서리, 추위, 져가는 단풍, 산국화 등,

그런데,
해는 짧아지고 밤은 점점 길어지면서 한켠으로 황량함이 스칠때
소유의 덧없음을 느끼는건 왜일까? 하긴 덧없음이 소유뿐이랴만,

올 한해,
무조건하고 자신을 변화시키고자 달려왔는데 변화는커녕 그 변화를
상실이자 고통으로 여겼으니 무에 소유가 있으랴 싶다.
덧없음(무상)의 함축된 진리를 모르는 내가 바보지 웬 황량함?
(없겠지만 혹시 주변에 허무의 열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계절 탓으로 돌리지 말고 변화하지 못한 자신의 탓으로 돌리길)

어느새 나무 밑에는 수명을 다한 낙엽들이 수북이 쌓여 가고
그 낙엽을 볼라치면 언젠가 배웠던 이효석님의 수필이 생각난다.
제목이 *낙엽을 태우며* 라고?
"낙엽 타는 냄새같이 좋은것이 있을까?" 라는 구절이 백미이다.
감성을 더한 매력적인 표현이라서 지금까지도 기억하고 있음이네.

하늘에는 외줄 기러기 떼지어 가고
밖에는 서리, 몇번의 다듬이 소리
그리운 생각으로 끝이 없음에라
고개 돌려 그대 생각에 불러보누나.

밤하늘 별들이 촘촘하게 붙어 있는 이유도 잊혀진 사랑과 잊혀진
친구, 그리고 잊혀진 내 이웃을 한번 생각해 보라는게 아닐런지,

세상사를 살면서,
세상에 몹쓸것이 외로움이다. 단순히 혼자라서 그런게 아니다.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울지만 난 소리내어 울수도 없는것이
안으로만 삼키는게 한도 끝도 없다.
우울은 습관이고 외로움은 투정이라 했던가.

그 외로움에 기대어,
문풍지에 붙어 우는 멍바람이 귀를 닫게 하면 어린 한때의
가난한 시절 보리개떡의 타박함을 기억해 낸다.

이즈음에서 뒤돌아 보는 세월의 타박함이 어디 그 뿐이랴마는,

어느 한 세월이 떠나 갔는지 내가 멀어졌는지 외로움에 세정
(世情)도 낙엽처럼 떨어져 내리고 별도 서러워 떨어져 내린다.

12월! 그리고 끝자락의 외로움은 울대를 넘어서던 울음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