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일 “각 부처 장관들은 산하 공기업의 구조조정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연말까지 실적 등을 평가해 보고하라”고 밝혀 강도 높은 공기업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한국농촌공사의 구조조정 사례를 거론하며 “최근 전체 인력의 15%를 감원하고 노사 합의하에 남아있는 직원들이 올해 급여 인상분 2.5%를 기금으로 만들어 퇴직자에게 보태주기로 한 것은 공기업 구조조정의 좋은 모델”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임용된 지 얼마되지 않은 농촌공사 사장이 이런 아이디어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방침을 적극적으로 따르겠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의 공기업 구조조정 주문은 지난 10월말 발표가 완료된 공기업 선진화 방안의 후속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 통합 결정은 이해관계자들의 반발로 연말로 미뤄졌고, 통·폐합 대상인 일부 공공기관도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이 농촌공사를 모범 사례로 들면서 향후 공공기관 구조조정은 인력 부문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달 27일 발표된 농촌공사의 경영 선진화 방안은 업무지원직을 줄이고, 근무 태도가 안일하거나 무능력한 ‘조직발전 저해자’를 퇴출시켜 정원을 15%(844명) 감축한다는 것이 골자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발언으로 우선 공기업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에너지 부문의 경영 효율화 작업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공기업은 일단 감원보다는 조직의 축소와 단순화, 인력 재배치 등에 초점을 맞추고 내부 경쟁을 유도하는 모습이다.
한국전력의 경우 소매 부문인 배전과 판매를 담당하는 마케팅본부의 ‘9사업본부 7지사’ 체제를 사내 회사 형태의 10~14개 독립사업부로 개편하고 도매 부문인 송전도 독립사업부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국가스공사는 6본부를 4본부 체제로 줄이는 안을 살펴보고 있다. 대형화를 추진 중인 한국석유공사는 해외 유전 개발에 조직의 힘을 모으는 데 방향을 맞췄다. 석유개발본부를 신규탐사본부와 개발생산본부로 나눠 2본부 체제로 확대한 것이다.
한전 발전 자회사들의 경우 처와 실을 통·폐합해 지원 인력을 토목 및 건설 부문으로 전환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철도공사는 여객과 화물 등 사업별로 회계를 나눠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외부위탁과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줄일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미 상당수 공공기관으로부터 효율화 방안을 받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효율성 10% 향상이라는 가이드 라인에 미진하다고 판단되면 재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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