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전벽해(桑田碧海)란 “뽕나무 밭이 변하여 푸른 바다가 된다”는 말이다. 곧 세상사가 몰라볼 정도로 덧없이 바뀐다는 말이다. 공무원 노조를 놓고 공직사회에서는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을 종종 쓰고 있다. 공직사회에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서서히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공무원 노조는 몇 년 전 언론사의 연감을 반납하는“연감반납투쟁”을 전개하기도 했다. 이들은“불합리한 관행과 폐습을 청산하고 예산절감 차원에서 연감구입 거부에 나섰다”고 배경 설명을 했다.
지난 2001년 공무원 직장협의회가 발족될 때만 해도 많은 사람들은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것이다. 오히려 의아스럽게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다. 공무원 사회에 굳이 이런 조직이 필요할까라는 다소 회의적인 분위기마저 있었다.
아무리 세상이 변한다 해도 공무원들까지 노조를 만드는 것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공무원 노조는 처음부터 노조라는 말을 점잖게 피해갔다. 공무원 직장협의회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이다. 그러나 그 뒤 말만 직장협의회일 뿐 실제로는 노조와 같은 성격을 띠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공무원 노조가 그 몸체를 드러내면서 공직사회에는 비상이 걸렸다. 몇 년 전만해도 듣도 보도 못한 별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 그 같은 일은 현실로 드러났다.
바야흐로 공무원 노조시대가 온 것이다. 각계에서 노조문제로 아무리 야단법석을 떨 때도 공무원 사회는 조용했다. 무풍지대였다. 대한민국의 공무원 사회는 주변에서 어떤 변화가 와도 요지부동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노조문제는 공무원과 전혀 무관한 일로 치부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공무원 노조는 엄연한 현실로 우리 앞에 섰다. 사실 세상이 엄청나게 변하는 마당에 공무원 사회라고 가만히 있겠는가. 구태의연하게 그대로 있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세상이 변하듯 공직사회도 당연히 변해야 한다. 공무원 노조는 이제 공직사회의 풍토개선을 위한 전초전이다. 공무원 노조는 앞으로도 상당히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아직도 한쪽에서는 국민정서를 내세우면서 공무원 노조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공무원 신분의 특수성을 들어 노조는 곤란하다고 말한다.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복이 과연 노조를 만드는 것이 옳으냐는 것이다.
그러나 공복도 임금을 받는 노동자인 만큼 근로조건 개선이나 고용안정 문제에 당연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공직사회 투명성 확보와 뇌물촌지 없애기 운동도 노조 탄생과 함께 내부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단체장과 의회의 위법행위를 감시하고 비합리적 행정관행을 줄이자는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문제는 공무원 노조가 자칫 집단 이기주의로 흐르면서 제몫 찾기에만 연연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새로운 기회는 새로운 의무도 동반한다. 좋든 나쁘든 변혁에는 일종의 마찰과 고통이 불가피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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