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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능인 우대정책 실시로 국가발전 선도한다'는 제목의 행안부 보도자료 |
| ⓒ 이화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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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개선입니까? 기능인 우대란 포장으로 우리를 두 번 죽이는 땜질식, 생색내기용 조삼모사 정책입니다. 지난해 12월 대통령 업무보고 때만 해도 정말 바뀌는구나 하고 희망에 부풀었는데 기대가 컸던 만큼 정말 실망이 커요. 언제까지 정부의 사기정책에 놀아나야 하는지…."
기능직 공무원인 최숙영(51·8급)씨는 그동안 쌓아뒀던 서운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행정안정부(행안부)가 내놓은 기능직 공무원 인사제도 개선 방안 발표에 따른 반발이다.
행안부는 지난 22일 '기능직'이란 명칭이 시대에 뒤떨어지고 공무원의 자긍심을 깎아내린다는 지적에 따라 이름을 바꾸기 위해 오는 5월말까지 명칭 공모 중이라고 밝혔다.
행안부는 지난 3일에는 '기능인 우대정책 실시로 국가기술발전 선도한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기능직 공무원이 긍지와 보람을 갖고 일하도록 인사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공직에서 기능인이 우대받고 존중받는 풍토를 확산하기 위함이라고 부연했다.
비슷한 시기 행안부의 보도자료 검색 건수는 많아야 1천여 건 안팎에 불과하고 댓글은 1건도 달리지 않았지만 이 자료는 평소 검색의 10배가 넘는 1만1548건의 검색과 636건의 댓글이 달릴 정도로 큰 관심을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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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안부의 기능직 제도개선 방안에 대해 누리꾼들은 댓글로 실망감을 표현했다. |
| ⓒ 이화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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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기능직 공무원들이 쓴 것으로 보이는 댓글에는 울분, 분노, 절망, 좌절, 체념이 녹아 있었다. 실명을 밝혀야 글을 올릴 수 있는 공간이지만 불이익 따윈 안중에도 없는 듯 그동안 참아왔던 서러운 감정을 거칠게 쏟아냈다.
공직사회에서 일반직과 기능직은 조선시대의 반상제도와 같이 일반직은 양반, 기능직은 상놈처럼 여겨지는 것이 일반화됐다. 기능직은 사무, 조무, 운전, 방호, 교환 등 40∼50개 세부 근무분야가 있다. 일반직 공무원이 9급부터 시작하는 것과는 달리 10급부터 시작한다. 시험도 따로 본다.
특정직을 제외하고 일반직과 기능직이 다루는 업무는 차이가 거의 없지만, 오히려 단골로 징계를 당하는 자리에 기능직이 총알받이로 배치되는 실정이다. 기능직으로 아무리 뛰어난 업무 능력을 발휘한다 해도 승진이나 보직 부여 면에서 일반직을 넘볼 수 없다. 더욱이 일반직 전환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
행안부가 공직사회 신분 차를 줄여보고자 제도개선안을 만들어 발표했지만 오히려 그동안 억눌렀던 분노를 폭발시킨 모양새다. 행안부는 기능인 존중, 합리적 개편, 큰 폭의 제도개선이라고 했지만 기능직 공무원들은 기능인 홀대, 맥 빠진 개편, 실효성 없는 제도개선이라고 평가절하 하는 분위기다.
'5급 신설, 명칭변경, 행정직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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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안부에서 대통령에게 보고한 자료의 일부. '단순사무보조 등은 행정직 등으로 특채'라고 쓰여 있다.(붉은색 네모안) |
| ⓒ 이화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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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가 내놓은 기능직공무원 제도개선의 주요내용은 ▲ 기능인재 추천 채용제도 도입 ▲ 기능직급 5급신설 ▲ '기능직' 명칭변경 ▲ 특별채용 및 특별승진기회부여 ▲ 사무보조 인력의 행정직 전환 ▲ 기술업무 수당지급 등 6가지다.
행안부는 내년부터 '기능인재 추천채용제'를 도입해 기술계 고교나 전문대학 졸업자 중 성적 우수자를 학교장의 추천을 통해 선발한 뒤 1년 정도의 수습기간을 거쳐 기능직 공무원으로 특별채용할 방침이다. 또한 올해 하반기부터 현재 6급까지로 제한된 기능직 공무원의 직급을 높여 능력이 뛰어나거나 업무성과가 좋으면 5급까지 승진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불합리한 기능직 명칭을 전화수리는 통신, 간호조무는 간호실무, 교환은 전화상담, 난방은 열관리 등으로 바꾸기로 했다. 기능분야 20년 이상 종사자 가운데 기능명장으로 선발되거나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입상하는 등 국가기술 발전에 기여한 사람도 특별채용 대상이다.
사무기능직공무원의 퇴직 시 신규충원을 하지 않고 자연감소에 따른 인원만큼 일반직 특별채용 기회를 부여해 정부인력 감축과 기능 인력의 효율적 활용을 도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행안부는 경제여건에 따라 기능직 공무원에게도 기술직 공무원처럼 기술업무수당도 지급할 방침이다. 행안부는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1963년 기능직제도 도입 이래 가장 큰 폭의 제도 개편으로 지난해부터 국가 및 지방의 기능직공무원, 공무원노조, 각계전문가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마련했다"며 "금년 6월까지 국가 및 지방 공무원 임용령 등 법령개정을 완료하고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상위직급 정원확대, 보직 부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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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우 전국기능직 제도개선 공동추진위원회 대표간사가 행안부에서 대통령에게 보고한 자료를 들어 보이며 기능직 제도개선 방안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
| ⓒ 이화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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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의 개편안에 대해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 전국기능직공무원노동조합 등 9개 공무원단체가 참여해 구성된 전국기능직 제도개선 공동추진위원회(기공위)는 문제점을 일일이 꼬집어 가며 일반직과의 통합 등 재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기공위는 공개경쟁 시험이 아닌 기능인재 추천채용 방식에 대해 기관장이나 일부 정치인이 자신의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을 채용하는 데 악용될 수 있어 절대 안 된다며 선을 그었다.
이들은 서울 용산구청이 지난 1월 용산구의회 복지건설위원장의 아들을 기능직 공무원으로 특별채용 하는 등 허점을 드러내기도 했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이번 기능직 제도개선에서 5급 신설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일선 공무원들은 '그림의 떡, 빛 좋은 개살구'란 반응이다. 10급부터 시작하고 일반직에 비해 승진이 늦어 8급이나 7급에서 대부분이 퇴직하기 때문이다.
행안부 인터넷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김기선씨는 "현재 8~10급이 대다수고 6~7급도 한번 못해보고 퇴직하는 마당에 5급 신설은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6~8급 정원을 확대하고 계장이나 과장 등의 보직을 주는 것이 실질적인 기능인 우대 정책"이라고 잘라 말했다.
현장의 기능직 공무원들은 일반직과의 통합을 요구하고 있고 당장 어려울 경우 6~9급 공무원의 정원비율을 일반직과 같게 해달라고 목청을 높인다. 충북 한 자치단체 6급 정원의 경우 일반직은 27%인데 반해 기능직은 3%로 9배 차이가 나며, 7~8급도 두 배 이상 편차를 보인다.
또한 일부 자치단체의 경우 기능직 공무원에게 보직을 부여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자치단체에서 기능직 공무원이 6급으로 승진하더라도 보직을 부여받지 못해 일반직 9급 아래로 책상이 배치되는 수모를 겪고 있다.
기공위는 직류와 직렬 명칭 변경과 관련해 생색내기용 변경이 아닌 행안부에서 언급한 것처럼 진정으로 기능인들이 긍지와 보람을 가질 수 있는 제도개선이라면 OO관, OO주사, OO주사보 등 일반직과 동일하게 변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안부(4.3일자) 보도자료에 사무보조인력 행정직 전환에 대해 가장 많은 반발 댓글이 달렸다. 당장 행정직으로 전환해 줄 것처럼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해놓고 이제 와서 뒤통수를 치느냐는 반응이다.
윤혜원씨는 행안부 인터넷 홈페이지 보도자료 댓글에서 "퇴직자가 10년 후에나 1년에 1명이 나올까 말까 한데 지금 장난하는 거냐?"며 "차별받는 기능직 공무원들의 한 서린 목소리를 끝까지 외면하는 거냐?"고 따져 물었다.
"각계 의견 들었다" VS "탁상행정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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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공무원노조는 정부의 기능직 인사제도 개선안과 관련 지난 6일 행정안전부 인사정책관 방문에 이어 7일에는 행정안전부 지방자치과장을 면담하고, 개선안 추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
|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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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A사무관은 지난 23일 전화통화에서 "기능인재 추천제도는 지방직은 배제하고 국가직만 시행할 예정"이라며 "각 부처의 수요를 받아 우리가 뽑아서 배치할 계획이기 때문에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A사무관은 이어 "공무원을 만 18세부터 할 수 있기 때문에 기능직도 5급까지 승진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대통령 업무보고 때에도 사무기능직의 행정직 전환은 퇴직하는 인원만큼 연차적으로 일반직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며 반발을 일축했다.
A사무관은 기능직 명칭 변경에 대해 "5월 말까지 공모를 받아보고 결정할 예정이기 때문에 지금은 뭐라 말할 입장이 아니다"라며 "(노조의 요구안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지만 (기능직에게) 관자를 붙여 주는 건…"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는 각계의 의견 수렴에 대해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기능직 현황 파악을 위한 현지실태조사를 했다"며 "지난해 말부터 올해 4월 초까지는 관련부서 회의를 비롯해 공무원노조, 부처, 자치단체로부터 의견을 수렴했다"고 말했다.
기공위는 지난 9일 기능직 실태조사 과정과 결과, 관련부서 회의자료, 의견수렴 결과 등 관련 자료에 대해 정보공개를 요청했다. 행안부는 이에 대해 "자료 공개는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한 이해관계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향후 업무수행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공개를 거부했다.
박진우 기공위 대표간사는 "이번 제도개선안은 말뿐인 기능인 우대지 기능직 공무원들의 멍든 가슴에 구멍을 뚫은 결과를 가져 왔다"며 "최소한 이해 당사자들을 대변하는 공무원노조와 충분한 대화만 했었어도 이런 초라한 개선방안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박 대표간사는 "행안부가 공무원노조와 대화를 했다고 해서 공개를 요구했지만 거부하는 걸 보면 탁상에서 나온 결과가 분명하다"며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려 했다면 현장의 목소리를 가장 많이 담고 있는 기공위와 했어야 맞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기능직 공무원들은 심한 갈증으로 물을 원하는데 행안부는 이들의 입속에 미숫가루를 밀어 넣으려 하고 있다"며 "마지막까지 대화와 타협의 끈을 놓지 않겠지만 행안부가 고집을 꺾지 않는다면 생존을 위해 투쟁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기공위는 4월 기능직 제도개선 현장 토론회 개최해 그 결과를 행안부에 전달하고, 행안부 정문에서 릴레이 단식 투쟁을 통해 항의의사를 표명할 계획이다. 또한 행안위 국회의원들에게 행안부의 제도개선 방안에 대한 문제점을 홍보할 예정이다.
오는 5월에는 기공위 소속 모든 단체가 참가하는 총궐기 대회를 통해 기능직 공무원들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할 방침이다.
한편 현재 기능직 공무원 수는 중앙부처 소속 4만3266명과 지방자치단체 소속 4만5855명 등 총 12만4000여명이다. 행안부가 어떤 합리적인 결과를 끌어내 이들을 설득시켜 나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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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능직 공무원 제도개선과 관련한 행안부 보도자료가 많은 검색과 댓글이 달렸다. |
| ⓒ 이화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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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자 <서울신문> 노주석 논설위원은 '씨줄날줄-10급 공무원'이란 제하의 글을 통해 기능직 공무원의 시대상을 그대로 그려내 호응을 얻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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