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원의 가족 등이 정년이 보장되는 일선 구청의 각종 계약직 자리를 차지하는 사례가 빈발해 특혜 의혹이 일고 있다. 특히 무기계약직의 경우 특채나 면접만으로 선발하는 경우가 많아 합리적인 세부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게 일고 있다.
정년 보장되고 공무원 못잖은 인기직
부산 6개구 외엔 공채 규정 아예 없어△사례=부산 A구청에서는 지난 2월 면접만으로 무기계약직 도로보수원 3명을 채용했다. 이와 관련해 "3명 다 구청장과 연이 있다"는 뒷말이 돌고 있다. 도로보수원의 경우 초봉이 3천만원대 초반에 달하고, 57세까지 정년이 보장돼 구직자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실제로 올해 1월 1일자로 도로보수원 3명을 선발한 동래구에서는 3명 선발에 50명 가까운 지원자가 몰려 높은 경쟁률을 나타냈다.
부산 B구에서는 한 구의원의 부인이 2년 단위 기간제 근로자로 일하고 있다. 이 구의원의 부인은 앞서 이 구청 토지관리과에서 기간제 전산요원으로 근무했고, 지난해 1월부터는 동 주민센터에서 복지도우미로 일하고 있다. 이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주민은 "요즘처럼 취업이 힘든 때에 아무리 기간제라 하더라도 구의원 부인이기에 가능한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해당 구청은 "기간제의 경우 잠시 자리를 비운 정규직을 대신하기 위한 자리여서 일반적으로 공개 채용보다는 구청이나 동의 사정을 잘 아는 유경험자를 채용하고 있다"면서 "구의원 부인이라서 채용한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부산 C구에서는 지난달에 구의원의 배우자를 주차 관련 계약직 공무원으로 채용, 뒷말을 남겼다.
동래구에서는 계약직 복지전문요원 자리를 해당 구청 공무원과 구의원의 자녀들로 채운 사실이 드러나 비난을 받았다(본보 4월 27일자 8면 보도).
△지침 마련 시급=관련 규정에 따르면 무기계약 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정의돼 있으며, 자치단체 등의 행정보조원, 단순노무원, 도로보수원, 환경미화원, 청원경찰 등이 이에 속한다. 이들은 57세까지 정년이 보장되는 데다 해당 시·군의 재정 형편에 따라서는 자녀 학자금이 지원되는 등 공무원 못지않은 대우를 받고 있다.
환경미화원의 경우 이미 대부분의 구청에서 공개 채용 방식을 택하고 있으며 매년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근무 기간이 정해져 있는 기간제근로자 역시 취업이 어려운 때인 데다, 양호한 근무 여건으로 인해 인기가 높은 상황이다.
그러나 이들의 채용과 관련해 대부분의 구청들은 '해당 구청장이 따로 정한다' 또는 '사용부서가 합당한 자격 요건을 갖춘 자를 선정해 인사부서와 협의, 신원조사를 거쳐 채용해야 한다'는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공개 채용을 의무화한 곳은 몇 곳이 되지 않는다. 부산의 경우 강서구, 서구, 해운대구 등 6개 구를 제외한 10개 구에서는 무기계약직과 기간제에 대한 공개 채용이 의무화돼 있지 않다.
설사 공개 채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더라도 면접만으로 선발하는 경우가 많아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행정안전부에서도 지자체의 필요에 의해, 지자체의 재정으로 채용이 이뤄지는 만큼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부산YMCA 황재문 시민중계실장은 "임시직 공무원들의 임금도 국민들의 세금으로 지불되는 만큼, 모든 시민들에게 동등한 기회가 주어져야 하며 면접관 선정과 채용 절차와 관련해 엄격한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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