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난동자들을 재판했던 단독 판사들이 또다시 모임을 갖고 신영철대법관의 사퇴를 촉구할 모양이다. 몇달전 신영철대법관의 판사 제청과 국회 청문회를 앞두고 한국에서의 대법원 판사 청문회가 형식에 흐르고 있다고 비판한 일이 있다.
대법원 판사의 임명 과정은 투명한 절차와 철저한 검증을 거쳐 임명해야함에도 거의 요식행위로 끝나는 경우가 많고 오히려 임기도 없는 행정부의 임명직을 놓고 살벌한 검증을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었다. 일단 임명이 되면 대법원 판사는 탄핵에 의하지 않고서는 물러나지 않는다고 그에 대한 신분보장은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요즘 젊은 판사들이 헌법에 명시된 탄핵절차를 무시하고 떼거지 압력을 동원하여 헌법으로 보장된 대법원 판사를 몰아내려고 획책하고 있다. 더구나 문제의 재판압력이라는 것은 그가 대법원 판사에 임명되기 전의 일이고 그를 대법원판사로 임명하기 위한 전단계로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서 청문회까지 있었는데, 왜 그때는 가만히 낮잠자고 있다가 이미 임명된 판사를 헌법을 무시하면서 인민 재판을 하려는 소이는 무엇인가.
더구나 헌법을 준수하고 법을 판단한다는 판사들이 법과 절차를 무시하고 가장 원시적인 방법으로 난동을 부리고 여론의 압력을 만들어 대법원 판사를 내몰려고 하는가. 이것은 재판에 대한 의견개진 보다도 훨씬 위험한 위헌 행위이며 불법 행위이다.
지난번 신영철 중앙지법원장의 의견 개진은 재판 간여라고 볼 수도 없는 경미한 행정지도에 불과한 사건이다. 판사라는 사람이 재판을 하다말고 나도 판사가 아니라면 촛불시위에 참여했을 것이라는 좀비수준의 발언을 하면서, 야간시위 금지 조항에 대해 헌재에 위헌 심사를 요청하고 재판을 중단 시키는데, 헌재의 판결이 나기 전까지 현행법으로 재판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어떻게 재판 간여에 해당되나. 설령 그것이 재판 간여라고 하더라도 그 자리에서 항의를 하거나 아니면 소신대로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거나, 아니면 그후에 대법원판사 청문회 과정에서 의견을 개진하는 방식을 취했어야 하지 않았는가.
현재 젊은 판사들의 집단 행동은 그 자체가 개개 판사들이 법률과 양심에 따라 재판해야 하는 재판 행위에 집단 압력을 가하는 불법이다. 이번 난동은 대학을 갖 졸업하고 연수원을 마친 애숭이들에게 대한민국의 법률을 판다하도록 되어 있는 법원 구성의 문제점이 노출된 사건이기도 하다.
신영철 대법관은 결코 이들의 압력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 만약 판사들이 집단 행동을 할 때마다 대법원 판사가 물러나야 한다면, 대법원 판사 임명을 소장판사의 투표에 의하도록 차라리 헌법을 고치거나 대법원 판사의 임명절차를 먼저 개정하는 것이 순서다. 엄연히 헌법에 명시된 대법원 판사의 탄핵절차를 무시하고 임의적인 집단 행동을 통하여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은 법을 지키고 법을 판단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판사들이 스스로 권위를 내팽개치는 행위다.
지금 한국 사회는 무엇이든지 떼를 쓰고 집단행동을 하여 법을 무력화 시키는 관행들이 너무 깊게 뿌리 박혀 있다. 이 같은 관행을 법과 규칙과 절차를 통하여 해결하도록 법적 판단을 통하여 최종 책임을 져야할 판사들이 먼저 이 같은 관행을 법과 절차에 우선시 한다는 것은 법치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차제에 국회와 정부 법원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판사 임명에 대한 모든 문제점을 재검토하여 새로운 제도를 정착 시키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최종적으로 헌법과 법률을 보위해야할 파숫군들이 자신들의 임무를 망각하고 앞장서 법체계를 흔들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에게 재판을 맡기는 것은 위험 천만한 일이 될 것이다. 현재 한국 사회를 가만히 들여다 보면 성한 곳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병들어 있다. 그래도 믿어왔던 사법부 조차 좀비 떼거지 수준에서 집단 광기를 부리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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