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지는 시국선언, 진보-보수 벽 넘어 |
| 민주주의 후퇴 위기감…정권 공격보다 국정 변화 초점 |
교수 시국선언’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지식인 사회의 강렬한 위기감이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시국선언은 주로 ‘국정운영 기조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으며, 진보·보수라는 성향의 구분마저 뛰어넘는 양상이 여러 곳에서 관찰되고 있다.
서울대·중앙대 교수들이 지난 3일 시작한 시국선언은 7일 , 동아대로 이어졌다. 이날 서강대 교수 45명은 “일방적으로 국정을 운영해온 이명박 정권은 국민과 소통하고 화합하는 정치로 나가야 한다”는 내용의 시국선언문을 내놨다. 동아대 교수 56명도 이날 시국선언 대열에 동참했다. 이날까지 전국 12개 대학 교수 850여명이 시국선언에 참여했으며, 오는 11일까지 전국 20여개 대학이 추가로 더 참여한다.(표 참조)
교수 시국선언문들의 구체적 내용을 보면, “국민과 하라”는 내용이 뼈대를 이루고 있다. 최갑수 서울대 교수(서양사)는 “현 정권이 절차적 정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정권 퇴진이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적어도 국민과 대화하라는 기본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 만큼 정권은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노진철 경북대 교수(사회학)도 “검찰 수사 책임자 문책, 언론 탄압 중단 등 구체적 요구사항들도 정부의 자세 변화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조처로 설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시국선언에선 ‘민주주의 후퇴’를 걱정하는 움직임이 진보·보수라는 이념적 성향이나 전공 계열을 뛰어넘었음을 보여준다. 박경 목원대 교수(경제학)는 “대전·충남 지역에서 시국선언문에 서명한 교수들을 보면 보수·진보를 이념적으로 구분할 수 없다”며 “이공계열, 신학계열 등 다양한 전공의 교수들이 한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8일 30여명의 교수가 시국선언에 참여하는 성균관대의 박승희 교수(사회복지)는 “그동안 성균관대는 효율성·성장 등을 중시하는 학내 분위기 등으로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던 교수들이 많았다”며 “신자유주의적 효율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분들도 선언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여러 시국선언문이 ‘경제적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대목도 눈에 띈다. 용산참사,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죽음 등에서 ‘민중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점을 들며 현 정부에 이런 소외계층의 처지를 살피라고 촉구한 것이다.
교수들이 시작한 시국선언은 시민·사회단체와 종교계, 대학생 쪽으로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 불교인권위원회(위원장 진관 스님)는 9일 서울 조계사에서 불교 지도자 108명이 모여 ‘불교 108 시국선언’을 발표한다. 부산지역에서는 기독교·불교·원불교· 등 4개 종교계가 연합해 ‘현 시국을 염려하는 부산지역 종교인’이라는 으로 9일 시국성명서를 발표한다. 이들은 현 시국에 우려를 표명하면서 △정부가 대화와 화합에 나서고 △6·15 공동선언 등을 준수할 것 등을 촉구할 예정이다.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6·10 6월항쟁 민주회복 범도민대회 추진위원회’는 8일 ‘6월항쟁 정신 계승과 민주회복을 바라는 전북도민 시국선언’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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