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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시간: 2021년10월17일    뉴시스   홈페이지: -   조회 : 155  
 “확찐자" 한 마디에…가해자 승진 탈락·피해자 재계약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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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뉴시스] 임선우 기자 = '확찐자'. 코로나19 확산으로 외부 활동을 하지 않고, 배달 음식을 많이 시켜 먹어 급격히 살이 찐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다.

스스로를 가리키면 '셀프 디스'가 될 수 있으나 다른 사람에게 잘못 말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더구나 여러 사람이 모인 곳에서 신체까지 건드리며 이 말을 했다면 어떨까.

충북 청주시청 6급 여성 공무원이 말 한마디에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됐다. 평소 친분도 없던 타 부서 계약직 여직원에게 '확찐자'라는 말을 했다가 벌금을 낸 것도 모자라 직장에서 좌천될 처지로 내몰렸다.

해당 사건 발생 시기는 지난해 3월1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청주시청 모 부서 6급 팀장 A(53·여)씨는 결재업무를 위해 들린 시장 비서실에서 다른 부서에 근무하는 40대 계약직 여성 직원 B씨를 만났다.

그는 갑자기 B씨의 겨드랑이 뒷부분을 볼펜으로 쿡 찌르며 "확찐자가 여기 있네, 여기 있어"라고 조롱했다. 그 자리에는 시장 비서실 직원 등 여러 사람이 있었다.

얼마 뒤 B씨는 A씨의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고 느끼고 모욕 혐의로 경찰에 고소장을 냈다. B씨는 "평소 잘 알지도 못하는 다른 부서 팀장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건성으로 사과하는 모습에 고소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의 발언이 모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해당 발언의 모욕성을 인정했다.

형법 311조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A씨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인을 통해 "확찐자 발언은 당시 살이 찐 나 자신에게 한 말일 뿐더러 설령 B씨에게 했더라도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A씨의 청구로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도 배심원들의 만장일치 무죄 평결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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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뉴시스]청주지방법원.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지난해 11월 1심 재판부는 "모욕죄는 사람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성립한다"며 "'확찐자'라는 표현은 직·간접적으로 타인의 외모를 비하하고, 건강 관리를 잘하지 못했다는 부정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과 피해자 간 친분이 없는 상황에서 피해자가 피고인을 (형사처벌을 받게 할 목적으로) 무고할 만한 동기가 없고, 사실을 일부러 왜곡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고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데다 정신적 고통을 받은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우리나라 국민참여재판은 영미법계와 달리 배심원의 평결에 기속력(판결의 구속력)을 부여하지 않는다.

이 판결은 지난달 30일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A씨는 항소장과 상고장을 잇따라 냈으나 재판 결과를 뒤집지 못했다.

A씨는 1심 판결 후 청주시에서 견책 처분까지 받았다. 그해 5급 사무관 승진이 유력했던 A씨는 6개월간 승진·승급이 제한되는 견책 처분에 따라 지금까지 승진에 실패했다. 오히려 올해 1월 다른 부서로 좌천성 전보 조치됐다.

시련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징계처분이 확정되면 청주시 인사운영 기본계획에 따라 '팀장' 보직에서 해임된 뒤 하급기관으로 자리를 옮겨야 한다.

성희롱과 금품수수 등의 비위로 징계를 받을 경우 이 규정을 적용하는데, 청주시 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는 사건 발생 직후 A씨의 발언을 성희롱으로 판단한 바 있다.

A씨는 충북도소청심사위원회에 견책처분 취소 소청심사를 냈으나 지난 3월 기각됐다. 법원에 제기한 견책처분 취소 청구소송도 14일 패소했다.

확찐자 발언 후 세 번의 형사재판과 각 한 차례의 행정심판, 행정소송을 모두 진 셈이다.

남은 건 견책처분 취소 청구에 대한 행정소송 상급심이다. 2심과 3심에서 모두 패소하면 보직 해임이 결정된다. 청주시는 형사 재판 후 보직 해임을 의결하려 했으나 징계 처분에 대한 A씨의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결정을 미뤄오고 있다.

이 사건 피해자인 B씨는 지난 6월 말 청주시청을 떠났다. 계약직으로 10년간 근무했으나 추가 임용에 실패했다.

인사 부서 관계자는 "B씨가 최종 면접까지 갔으나 불합격했다"며 "채용 절차는 공정하게 진행됐다"고 해당 사건과의 개연성을 부인했다.

B씨는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탓에 근로기준법의 보호도 받지 못했다. 2015년 개정된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나 신고자에게 해고 등 불이익한 처우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민간기업에만 적용되는 조항이다.

최근 이정임 제천시의원이 "공무원은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괴롭힘 예방 및 금지에 관한 조례안을 대표발의한 이유다.

청주시의 한 직원은 "어찌 됐든 가해자는 승진에서 탈락하고, 피해자는 직장을 잃었다"며 "말 한마디로 번진 싸움이 2명 모두에게 피해를 준 것 같다"고 씁쓸해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imgiz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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