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청소업체 용역 계약으로 논란을 빚은 부산 동래구청(부산일보 7월 12일 자 10면 보도)이 이번에는 비공개로 접수된 민원을 정보공개했다가 뭇매를 맞고 있다. 동래구청의 어이없는 정보 공개로 민원인은 해당 업체에 고발까지 당했다.
올해 3월 동래구청에는 관내 청소업체인 A 업체에 대한 비공개 민원이 접수됐다. 당시 A 업체는 2월 동래구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사업자 공모에 참여해 사업자로 선정된 상태였다.
민원인은 ‘A 업체가 인근 구청에서 임금 횡령 등으로 처벌 받은 전력이 있는 B 업체와 사실상 같은 기업’이라고 폭로했다.
그러나 문제의 민원을 동래구청은 ‘공익 제보’가 아닌 ‘일반 민원’으로 처리했다. △공익침해 여부△법률위반 여부△법률 위반으로 인한 처분가능 여부 등 3개 항목 모두를 만족해야 공익 제보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 동래구청의 입장이다.
동래구 기획감사실은 “사업자 선정은 됐지만 동래구청과 A 업체는 그 이후인 6월에 계약을 체결해 행정처분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해 공익 제보로 처리하지 않았다”며 “A 업체와 B 업체는 사업주가 다른 별개 법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취재 결과 A 업체와 B 업체는 대표자 명의와 법인명은 다르지만 사내 구성원이 대부분 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래구청은 민원에 대한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도 모자라 민원 내용을 A 업체에 고스란히 전달하며 파장을 키웠다. 소동이 있은 지 한 달 만인 4월, A 업체가 해당 민원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하자 동래구청은 ‘비공개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업체에 전달했다. 민원 내용만 확인하면 누가 민원을 넣었는지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이를 공개한 셈이다.
결국 민원인은 지난 5월 A 업체로부터 특정당해 정보통신망법위반 등으로 경찰에 고발됐다.
구청에 민원을 넣었다가 관계자에게 고발당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동래구청의 경솔한 판단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부산지부는 제보자 입장을 생각하지 않은 동래구청의 해석에 피해자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부산지부 이현우 변호사는 “현행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공익침해행위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사항에 대해서도 공익제보로 판단하고 있다”며 “민원인이 특정돼 불이익을 당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구청이 이에 대해 공개한 것은 부적절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동래구청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판단이었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동래구청 기획감사실은 “민원제기 이후 업체 측이 민원인을 고발한 점에 대해 해당 민원인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을 전했다”면서도 “법률을 놓고 내부적으로 검토한 결과 당시 판단이 옳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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