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올해 신규 지방공무원 채용 규모를 대폭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정원 동결 기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악성 민원과 박봉 등을 이유로 최근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공무원들이 ‘줄퇴사’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공직사회가 흔들리고 있으며 일각에선 행정 공백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22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서울시는 올해 7∼9급 신규 지방공무원 1602명을 채용한다. 모집 인원은 공개경쟁 1422명과 경력경쟁 180명으로 지난해보다 718명 줄었다. 지난해 신규 공무원 1012명을 뽑은 부산시는 올해 절반 수준인 510명을 선발한다. 대구시는 올해 210명을 채용한다. 지난해 422명보다 50.2% 감소한 규모이며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 출생) 퇴직으로 959명을 채용했던 2017년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인천시의 경우 지난해(642명)보다 191명 줄어든 451명을 올해 채용한다. 2022년 451명을 선발한 광주시는 지난해 117명, 올해는 105명을 뽑는다. 대전시·경북도·전남도 등도 올해 신규 채용 인원을 지난해보다 각각 93명(29.3%), 174명(10.7%), 91명(6.2%) 줄였다.
각 지자체들이 공무원 채용 규모를 축소한 것은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통합활용정원제’ 영향이 크다. 이 제도는 국가 재정 부담과 행정 비효율을 해소하기 위해 공무원 정원 동결과 조직 확대를 최소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 이후 퇴직자가 줄고 코로나19 휴직자들이 복직한 것도 채용 인원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젊은 공무원 줄퇴사에 이어 신규 채용 인원까지 줄자 공직사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조직 확대를 최소화하고 기존 인력을 재배치해 조직 효율성을 높이라는 정부 방침에 따라 채용 규모를 줄였지만 현장에서는 행정 공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말했다.
공무원연금공단 통계에 따르면 재직 3년 이하 공무원 퇴직자는 지난 2018년 5166명에서 2019년 6147명, 2020년 8442명, 2021년 9881명, 2022년 1만2076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반면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최근 5년간 9급 공채 평균경쟁률은 매년 떨어져 2020년 37.2대 1, 2023년 22.8대 1에 이어 올해는 21.8대 1로 1992년(19.3대 1) 이후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광주시공무원노동조합 관계자는 “박봉과 악성 민원, 경직된 조직문화로 공직에 대한 메리트가 사라지면서 공무원시험 응시율이 하락하고 채용 인원까지 줄어 허탈하다”며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대유행이 재현될 수 있는 상황에서 민원 현장 최일선을 지키는 공무원이 줄게 되면 그 피해는 결국 시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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