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일제로의 노동시간 단축을 현실화하기 위한 정치권·노동계·전문가 논의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2026~2027년 주 36시간제 시행의 과도기를 거쳐 2030년 주 32시간제를 시행하자는 설계도가 나왔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파생될 긍정 효과는 극대화하고 부정 효과는 최소화할 방안을 찾기 위한 정책도 준비 중이다. 다만 경영계는 생산성 향상 없는 노동시간 단축은 현실화 가능성이 없다는 입장이어서 주 4일제 사회적 논의 과정은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사·정·전문가 모두 모여 주 4일제 토론
노동시간 단축 논의 시작점 될 듯
이학영·박정·김주영·이수진·박홍배·김남근·김현정·김태선·박해철·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정혜경 진보당 의원,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은 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 4일제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노동시간 체제 전환’을 목표로 삼아 양대 노총과 주4일제 네트워크가 토론회를 주관했다. 노동의제에 관심을 가진 야당 의원들과 노동계·전문가 집단이 쏘아올린 주 4일제 현실화에 정부와 재계가 입장을 밝혔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토론회는 노동시간 단축의 사회·경제적 효과를 점검하고, 현실화하기 위한 법 제도 개선안을 모색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노사정 관계자가 토론자로 참석하면서 주 4일제에 대한 각계각층의 견해를 종합하는 시간이 됐다.
발제를 맡은 황선웅 부경대 교수(경제학)는 노동시간 상한제 효과에 관한 국내 실증연구 결과를 종합해 주 4일제 시행의 효과를 내다봤다. 노동시간 단축에 따라 △일·생활 만족도 △경제적 영향 △사회 불평등에서 어떤 영향이 나타날지를 선행 연구를 통해 진단했다. 황 교수는 우선 일·생활 만족도와 관련해 “주 40·52시간 상한제가 일 생활 만족도와 여가활동, 건강(증진 행위)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가 다수”라며 “산업재해 부상과 질병 발생률, 사망률 감소 효과를 주목한 분석도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시간 단축이 고용·임금·생산성 향상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 기존 연구 결과들도 소개했다. 다만 그는 “생산성 향상 메커니즘, 소비 패턴 변화와 거시경제적 영향, 여가산업 발전과 산업 간 파급효과에 관한 실증연구는 매우 부족한 편”이라고 말했다.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경제적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가 완벽한 상태는 아니라는 의미다.
“긍정 효과 극대화, 부정 효과 최소화 방안 찾자”
주 4일제 공론화 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은 ‘불평등’이다.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소득 변화가 계층별로 차이가 날 수 있는 점, 여성·저소득·저학력 집단에서 시장노동시간은 감소하지만 가사노동시간은 오히려 증가하는 점 등은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황 교수는 “불평등, 기후변화, 생산성 부문은 실증연구가 부족해 노동시간 단축 효과를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며 “앞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할 때 긍정 효과는 극대화하고 부정 효과는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도 같이 고민하면서 제도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노동시간 단축 역사와 그 결과를 돌아보면 그 시대의 사회적 선택에 따라 노동시간 체제를 선택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며 “주 4일제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경제활동을 더 나은 방식으로 조직하는 ‘사회 혁신’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시간 단축은 피할 수 없는 우리의 미래라는 의미다.
김종진 일하는 시민연구소·유니온센터 소장은 “주 69시간제가 우리가 나아가야 할 사회인지, 주 4일제가 맞는지 살펴보자”는 말을 시작으로 ‘주 4일제 법제화와 정책’을 발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지난해 연평균 노동시간은 1천742시간이다. 한국은 1천872시간이다. 우리가 130시간 더 많이 일한다. 하루 8시간 기준으로 16일 더 일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우리 노동시간을 OECD 평균으로 낮추려면 연장근로 한도를 현재 1주 12시간에서 8시간으로 줄이고 일하는 첫해 15일 부여하는 유급연차를 20일로 늘리는 두 가지 수단을 모두 써야 가능하다. 다만 노동시간을 유럽연합(EU) 평균인 1천571시간으로 낮추려면 일하는 방식 전반을 바꿔야 한다고 김 소장은 주장했다.
“2030년까지 단계적 주 4일제”
노동계, 국가위원회 설치 주문
그는 2030년 주 4일제 시행을 목표로 노동시간 단축 제도 개선을 단계적으로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우선 연장근로 한도를 1주 8시간으로 줄이고 유급연차를 20일로 확대한다. 2027년에는 주 36시간제를, 2030년에는 주 32시간제를 완료하자고 제안했다. 주 4일제 입법을 위해 경제사회노동위원회와 유사한 가칭 국가노동시간위원회를 운영하자고 주문했다. 김 소장은 “초단시간 노동자,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등 불안정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줄이고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주 4일제 도입과정에서 불거진 불평등과 소득감소 우려 등에 대한 정책적 대안을 주4일제 네트워크 차원에서 준비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노동계를 대표해 토론자로 참석한 류제강 한국노총 정책2본부장과 김은기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앞선 두 발제자의 주장에 동의했다. 노사정이 모두 참여하는 정부 위원회를 구성해 노동시간 단축 계획을 수립·시행하자고 강조했다. 다만 2030년 주 4일제를 적용하자는 김 소장의 의견에 대해 류제강 본부장은 “2027년 전 사업장 전면 도입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재계 “노동시간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중
… 생산성 향상 없는 주 4일제 힘들어”
재계는 노동시간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며 주 4일제 도입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장시간 노동 국가라는 전제로 진행하는 주 4일제 도입 논의도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황용연 한국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장시간 근로와 근로자 건강문제가 현행 주 40시간제(주 12시간 연장근로 제외) 때문에 발생하는 것인지 의문이다”며 “일부 장시간 근로로 인한 건강문제는 대체인력 부족, 밤샘 연장근무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는데 마치 현 근로시간 제도가 문제인 것으로 보고 법정 근로시간 단축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합리적인 접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 4일제를 하면) 대기업·공공기관 근로자는 임금보전 같은 혜택을 받지만 중소영세기업 근로자는 임금저하로 소득보전을 위한 투잡 활동으로 노동시장 양극화를 심화할 수 있다”며 “생산성 향상 전제하에 유연한 근무시간 제도 활용과 연공급 중심 임금체계 개편 등 다양한 노력을 선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시간당 생산성 향상 없이 노동시간 단축을 법제화하면 생산 차질과 고객 항의 등 많은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노동강도를 강화하는 생산성 향상, 임금 감소에 대해 노동계가 동의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두 사람은 연장근로단위를 주 단위에서 월·분기 등으로 조정하는 노동시간 유연화를 검토하자고 재차 강조했다.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생활 균형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차원에서라도 근로시간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실노동시간을 줄이는 주 4일제 도입을 주장했다. 전체 노동시간을 유지하고 근무일만 줄이는 형태는 노동시간 단축 취지에 어긋난다는 취지다.
한진선 고용노동부 임금근로시간과장은 “유연근무를 제대로 활용하고, 연차휴가도 소진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우선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법정 근로시간 단축의 여러 효과를 고려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 양대노총 등 노동·시민사회 \'주4일제 네트워크\'와 야당 국회의원 공동 주최로 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주4일제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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