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h:730’을 쳐보세요.) “지방자치단체에서 고만고만한 수준의 현금성 지원은 서로 인구 뺏어 먹기밖에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경상도 기초단체 공무원) “일자리가 있어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아이를 낳게 하는 것이지, 출산장려금을 아무리 많이 준다고 해서 아이를 낳는 건 절대 아닌 것 같아요.”(전라도 기초단체 공무원) 전국 광역·기초자치단체에서 경쟁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출산지원금 정책이 출산율 상승에 별로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지자체 담당 공무원들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지만, 민원 증가나 인근 지역과 비교, 지자체장 공약, 중앙 정부 정책 등의 이유로 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12일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를 통해 받은 ‘지방자치단체 출산장려사업의 효과성 분석 연구’ 보고서(한국보건사회연구원)를 보면, 2010년대 이후 광역·기초단체에서 아이가 태어났을 때 현금을 일시금이나 분할(수당) 형태로 주는 출산지원금 사업이 급속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첫째 아이 대상 출산지원금을 지급하는 광역·기초단체는 2013년 99곳에서 2022년 180곳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지원금액은 같은 기간 평균 66만9천원에서 482만9천만원으로 7배 이상 급증했다. 지자체의 재정부담도 크다. 광역·기초단체의 출산 정책 전체 예산 1조1442억7300만원(2023년 기준) 가운데 출산지원금만 4983억6800만원으로 43.6%를 차지한다. 출산지원금 사업을 하는 지자체는 202곳(전체의 83.1%)에 이른다. 지자체들이 막대한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출산율 상승효과는 극히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보고서를 쓴 연구진은 “다양한 변수와 방법론을 활용해 실증 분석한 결과, 출산지원금의 (출산율 상승 등) 긍정적 효과에 대한 일관적 해석이 다소 어렵고, 긍정적 영향이 관찰되더라도 단기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02년 1.18명에서 별다른 반등 없이 계속 하락해 2023년 0.72명까지 떨어졌다. 누구보다 지역의 담당 공무원들이 이 사업의 한계를 여실히 느끼고 있다. 연구진이 전국 광역·기초단체 출산지원금 담당 공무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응답자 288명)를 실시한 결과, ‘출산지원금이 지역 내 출생아 수를 늘렸나’라는 물음에 ‘효과 없음’이 36.5%로 가장 많았고, ‘보통’ 32.3%, ‘효과 있다’ 31.1%순이었다. ‘출산지원금 사업 추진의 동력’에 대해선 응답자의 가장 많은 26.5%가 ‘단체장의 공약’을 꼽았다. 이어 ‘정부의 저출산·고령화 대응 과제 일환’(23.4%) ‘지방의회 결정’(14.3%), ‘인근 지자체 사업 시행’(14.1%) 등이 뒤따랐다. 사업의 실효성보다 정치적 영향이 크게 좌우하고 있는 셈이다. 연구진은 “초저출산·지방의 인구소멸위기 등에 대해 국가적 차원의 대응이 필요한 만큼, 장기적으로는 출산과 관련한 현금지원은 중앙 정부에서 통합해 보편적 복지사업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전진숙 의원도 “저출생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선 일회성 현금지원을 넘어서는 접근이 필요하다”며 “소득이나 거주 지역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이 육아 친화적 생활 여건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정책과 함께 지역균형발전까지 종합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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