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인천시 공무원 A씨는 최근 황당한 세금고지서를 받았다. 2014년 정년퇴임한 A씨는 당시 지자체에서 준 100만원을 포상금으로 받았는데, 이에 대한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다며 6년 만에 과세를 통보받은 것이다. 내용도 당혹스럽다. 크지 않은 본세에 신고 불성실 가산료, 납부 불성실 가산료, 종합소득세 과소신고 가산료 등 각종 징벌적 가산세가 붙었다. A씨가 고지받은 세금은 모두 37만1520원이다.
#경북도의 5급 사무관 A씨는 지난 2014년 정부합동평가에서 우수등급을 받은 후 평가업무를 담당했던 직원들에게 총 포상금을 나눠줬다. 당시 1인당 7만원씩 받았는데 지난 4월 누락 세금과 가산세로 약 1만6000원을 납부하라는 내용의 고지서를 받은 것이다.
국세청이 최근 지방공무원들이 받은 각종 포상금에 대해 세금을 부과해 전국 지자체가 소란스럽다. 지자체가 비과세 대상으로 분류해 부과하지 않은 세금을, 그것도 6년이 지난 뒤 국세청이 과세 대상으로 분류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특히 기본 세금은 물론 징벌적 성격의 신고·납부 불성실 가산료까지 부과돼 해당 공무원들은 졸지에 '탈루자' 신세가 됐다.
과세대상은 문화탐방, 선진지견학, 발표대회 우수자 시상금, 체험학습 경비, 각종 평가 우수시상금, 제안자 포상, 퀴즈대회 포상 등이다. 기간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이다. 국세청은 지방공무원이 소속기관으로부터 업무와 관련해 받은 모든 소득을 근로소득으로 판단해 과세했다. 행정안전부와 지자체들은 그동안 이들 포상금을 비과세 대상으로 분류한 판단을 뒤집는 결정이다. 국세청은 과세 대상 가운데 과세제척기간이 도래한 2014년분 포상금에 대해 우선 세금납부를 고지했다. 2015~2018년 과세대상 역시 조만간 세금납부를 고지할 계획이다.
지자체들이 당혹스러워하는 것은 대상도 많고 과세액도 상당하다. 경북도의 경우 2014~2018년 포상금을 받은 대상자는 3802명, 금액은 19억3217만원이다. 이 가운데 2014년분 42건에 대한 세금이 부과대고 있다. 경남도도 같은 기간 과세 대상자가 1637명이다. 대상액도 19억3242만원이나 된다. 다른 지자체도 상황이 비슷하다. 광역은 물론 기초지자체도 똑같은 처지다. 특히 포상금 액수가 많은 서울시 등 수도권은 대상자와 대상액이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세금을 부과받은 당사자들은 억울해한다. 의도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은 것이 아닌데, 세금 탈루자 신세가 됐기 때문이다. 한 지방공무원은 "처음부터 원천징수 하든지 아니면 납부고지를 했으면 될 일을, 6년이나 지난 시점에서 다수의 지방공무원을 '불성실 신고자' '불성실 납부자'로 만들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행정안전부도 이 상황을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포상금의 법적 성격이 모호한 측면이 있어 당연히 근로소득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차라리 소득세법(시행령)을 개정해 각종 포상금을 근로소득이라고 명시한 뒤 부과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행안부의 이 같은 절충안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다. 국세청이 이미 과세를 했고, 납세 대상자들이 법적 다툼을 시작한 이상, 조세심판원이나 법원의 판단에 따라 시비가 갈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세금을 부과받은 공무원들이 이의신청이나 조세심판 청구를 하지 않을 수도 없다. 이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나중에 법이 바뀌거나 지금과 다른 유권해석이 나오더라도 구제를 받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집단 조세심판을 준비하고 있다. 상충되는 법 해석에 대해 법제처 유권해석도 기다리는 중이다. 김창호 전국공무원노조 대변인은 "현재 세금 부과에 반발하는 전·현직 지방공무원들을 상대로 조세심판 청구인을 모집 중"이라며 "이처럼 황당한 과세를 바로잡기 위해 소송까지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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