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민원에 대한 고충을 호소하던 중 지난 6일 서울 광진교에서 투신한 공무원노동자 A씨가 아직까지 실종 상태인 가운데, 전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전호일)은 공무원노동자에게 향하는 막말·욕설 등 악성 민원을 근절할 수 있도록 예산과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날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6일 오전 서울 강동구청으로부터 ‘A 씨가 출근하지 않았다’는 전화를 받은 A씨의 가족은 119에 실종신고를 했다. 이후 광진경찰서는 광진교 인근 CCTV에서 A씨의 투신 장면을 확인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일주일째 수색을 벌이고 있지만, 한파로 얼어붙은 한강 물로 인해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월 8일 임용된 A씨는 공직생활과 동시에 터진 코로나19 파견 근무로 인해 과중한 업무 부담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투신 전 A씨는 막말‧욕설 등 악성 민원에 대한 고충을 가족에게 호소하기도 했다. A씨의 업무는 불법 주정차 과태료 관련 이의신청 민원업무였다.
A씨가 조합원으로 몸담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본부 강동구지부(지부장 정호민)는 “업무 가중을 피하기 위해 별도의 충원인력을 뽑아야 한다고 구청 측에 수차례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강동구지부는 상시적인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도 구청 측이 직원들의 생명보호와 안전에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강동구지부에 따르면 최근 불법 광고물을 제거하던 한 조합원은 작업 중 손가락 일부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전국공무원노조는 이번 사건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공직사회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하며 정부가 악성 민원 근절을 위해 예산과 인력확충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전국공무원노조는 “악성 민원을 견디지 못해 청년들이 꿈을 접는 서글픈 현실이 공직사회의 현주소”라며 “악성 민원 근절을 위한 예산과 인력을 확충할 것”을 요구했다.
실제 전국공무원노조가 2019년 7월 청년 공무원 5,5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청년 공무원 10명 중 6명(60.8%)이 직장생활에서 가장 불편한 점으로 악성 민원을 꼽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공무원노조는 “(행정안전부가) 제작한 ‘민원행정 및 제도개선 기본지침’을 보면 매뉴얼과 행정서비스 요령 등 돈 안 드는 면피용 문건만 만들어 시늉만 내고 있다”며 “자살과 사고 등 공무상 재해 발생 시에 책임의 주체가 누구인지, 악성 민원 근절을 위한 예산과 인력을 어떻게 확대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공무원에 대한 폭행, 사망, 자살 사건 등을 막으려면 지난 8일 국회를 통과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에 공직사회를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냈다. 전국공무원노조는 “공직사회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도 인과관계를 따져 각 기관의 대표자나 단체장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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