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향신문 자료사진 공무원이 업무 연관성이 있는 지인과 골프를 치는 등 사적으로 만났다면 향응 수수 행위가 없었다고 해도 그 자체만으로 징계 처분 대상이 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영진 헌법재판관의 ‘골프 접대’ 의혹 사건에도 시사점을 주는 판결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김정중)는 품위유지의무 위반으로 정직 1개월 징계 처분을 받은 공무원 A씨가 소속 기관장을 상대로 “징계를 최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A씨는 2020년 규제심사 업무를 담당하던 중 지인인 B씨와 2차례 골프를 치고 3차례 식사를 했다. B씨는 A씨 심사에 영향을 받는 회사에서 일했다. 이후 A씨 소속 기관은 A씨가 이해 당사자를 사적으로 접촉하고 향응을 수수한 의혹이 있다며 지난해 2월 정직 1개월 징계를 했다. ‘품위 유지 의무 위반’ 등을 징계 사유로 들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A씨는 재판에서 “업무와 직접 연결되지 않는 회사에 근무하는 친한 지인을 만난 것”이라며 “업계의 현실적인 운영현황을 습득해 이해관계자들 사이 이견이 있을 때 조정 업무에 활용하려 했다”고 항변했다. 향응을 수수했다는 의혹만으로 징계할 수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직자가 이해관계인과 사적으로 만나는 것, 특히 사회통념에 비추어 금품수수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골프 모임을 갖는 것은 그 자체로 공정한 직무 수행이라는 국민의 신뢰를 훼손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 주장대로 업무 관련성이 없거나 현저히 낮고, 실제 향응 수수 행위가 없었다고 해도 그 자체만으로 의혹을 받기 충분하므로 비위의 정도가 가볍지 않다”고 했다. A씨가 항소하지 않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A씨 사건은 이영진 헌법재판관의 ‘골프 접대’ 의혹과 닮았다. 이 재판관은 이혼 소송 중이던 사업가로부터 골프와 저녁 식사 등을 접대 받은 의혹이 있다. 이 사업가는 식사 자리에서 이혼 소송 이야기를 꺼내자 이 재판관이 ‘가정법원에 아는 부장판사가 있는데 도와주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주장했다. 골프 모임에 함께 참석한 이 재판관의 대학 후배 변호사를 통해 현금과 골프 의류 등을 이 재판관에게 전달했다고도 했다. 이 재판관은 골프 모임에 나간 사실 등은 인정하면서도 “좋은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을 잘하라”는 말만 했을 뿐 재판 관련 조언은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현금과 골프 의류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고 했다. 이 재판관은 이 의혹으로 징계를 받지 않았다. 헌법재판소 규칙에는 헌법재판관에 대한 징계규정이 없다. 시민단체는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신뢰가 훼손됐다”며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이 재판관은 논란이 불거진 뒤 코로나19 확진돼 자가격리를 했다가 지난달 12일 재판 업무에 복귀했다. 그는 거취와 관련해 아무런 입장도 표명하지 않은 상태이다. 현재 한 시민단체로부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고발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를 받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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