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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이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 등 ‘사법농단’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 및 추가적인 진상규명 요구에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김 대법원장은 8일 오전 출근길에서 “원칙적으로 법원 내에서 해결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법농단 관련자들을 고발하라는 다수 후배 판사들의 의견보다는 ‘수사는 안 된다’는 소수 고참 판사들의 입장에 가까운 발언이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달 31일 기자들에게 이메일로 보낸 ‘대국민 담화’에서도 사법 처리 방향에 대한 언급은 유보한 채 관련자 징계나 법원행정처 권한 남용을 제어하기 위한 제도 마련 등 자체 해결책만 언급했다.
당시 관련자들의 형사 조치와 관련해 “각계 의견을 종합해 최종적으로 결정하겠다”고 했으나, 현재까지도 여전히 ‘고발이나 수사 의뢰는 적절치 않다’는 특별조사단의 의견을 뒤집지 못하고 있다.
김 대법원장을 필두로 한 고참 판사들의 ‘수사 불가’, ‘자체 해결’ 논리는 결국 관련자 처벌과 추가적인 진실 규명 작업 없이 ‘이 정도 선에서 정리하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미 사법부는 수개월 간 무려 세 차례나 자체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나섰으나, 그 과정에서 한계를 경험했다.
특별조사단은 고작 410여개 문건을 확인하는 데 그쳤고, 수만 건의 문건이 삭제된 것을 인지하고도 조사 과정에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관련자들의 휴대전화나 이메일 등은 전혀 열어보지 못한 것은 물론, 조사 대상 PC도 제한적이었다. 핵심 인물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대면조사도 못했다. 조사단의 의지 문제도 있었겠으나, 물리적으로는 ‘강제조사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자체조사의 한계는 결과적으로 재판거래, 인사 개입, 판사 사찰은 물론 관련자의 문건 삭제 등 증거인멸 의심 행위에 대한 진전된 조사가 필요하다는 과제를 남겼다. 나아가 사법부가 특정 현안을 두고 정치권력과 재판을 거래한 것 뿐 아니라 사법부 안팎에서 광범위한 재판개입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심을 해소할 필요성도 생겼다.
한정된 조사만으로도 범죄가 의심되는 정황이 발견됐다면, 강제수사로 나아가는 것이 정상적인 사법 절차다. 그럼에도 특별조사단은 보고서에서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무죄의 심증을 드러냈고, 고참 법관들은 이러한 진단을 근거로 '수사불가론'을 역설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대법원장은 오는 11일로 예정된 전국법관대표자회의 논의 결과까지 보고 사법농단 관련자들의 형사상 조치에 대한 입장을 최종적으로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사법부 내 기득권 세력들의 조직 보호 논리에 편승할 것인지, 후배들과 함께 환골탈태의 길로 나아갈 것인지, 김 대법원장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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