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도의회 청사. 경남도·도의회 제공경상남도가 도지사 중도 하차로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등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지난달 21일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된 지 딱 한 달이 지났다. 새로운 수장을 뽑으려면 내년 6월 지방선거를 거쳐 7월 임기 시작 전까지 10개월이나 남았다.
경남도정은 현재 국장급 이상 간부들을 중심으로 전임 지사가 추진했던 사업들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내가 도지사'라는 생각으로 도정에 전념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권한대행인 행정부지사가 수장을 맡고 있지만, '도지사'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확연히 다르다.
그간 행정부지사는 '행정' 관련 업무를, 경제부지사는 '경제' 관련 업무에 집중했던 터라 도정의 큰 숲을 보는 데에는 그만큼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만큼 현안 업무 보고도 꼼꼼히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코로나19 상황도 녹록지 않다. 한 달이 넘도록 수도권 다음으로 거센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다. 7월 한 달 동안 2천 명이 넘는 확진자가 속출해 월 최다 발생 기록을 세웠는데, 8월은 아직 끝나지도 않았지만, 벌써 2천 명을 넘겨 최다 발생 기록을 경신했다.
이 때문에 복지보건국장을 비롯해 코로나 업무 부서인 감염병관리과 직원들은 휴가는 커녕 주말에도 출근하는 강행군을 연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 도의회 김하용 의장이 도정 주요 현안 업무를 보고받으려고 해 논란이다. 집행부가 어려운 시기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현재 각 상임위에서 받고 있는 보고를 의장단이 직접 받겠다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로 받아들여진다.
도의회 하반기 의장단 선거 당시 '감투싸움'으로 의장과 갈등을 빚어온 더불어민주당은 "갑질로 비칠 수 있다"며 우려를 넘어 반발하고 있다. 현재 김 의장은 민주당으로부터 제명돼 무소속 신분이다.
민주당 빈지태 대표의원은 "실국별 업무 보고받는 것은 상임위원장 소관인데, 협의도 없었고 의장이 지시해서 보고하라는 것은 집행부에 대한 갑질로 보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의장이 의회를 대표하고 집행부의 의장으로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법령 어디에도 없다"며 "의장이라고 해서 집행부 고위공직자들을 다 불러서 업무 보고를 받는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의장은 20일 입장문을 내고 "토론회의는 주요 핵심 사업에 대한 추진 상황을 공유하기 위한 것"이라며 "주요 현안 사항들을 도민에게 제대로 소상히 알려드리는 것이 도의회가 해야 할 마땅한 도리이고 책무"라고 해명했다.
도정 주요 현안 업무 보고는 오는 27일 토론회의 형식으로 열린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온종일 이어진다. 도 집행부는 일단 도의회가 잡은 일정대로 현안 업무 보고를 준비하고 있다.
한 도청 공무원은 노조 게시판에서 "대통령 궐위됐다고 국회의장이 국무총리 불러서 각 부처 장관들 참석시켜 업무 보고 받은 적이 있는가"라며 "도지사 떠나고 변한게 있다면, 기조실장 정도에서 간략하게 보고받으면 될 것을 세력 과시하는 것도 아니고, 누가 봐도 월권"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도지사 없다고 어깨에 힘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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