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윤희 기자 = 해직됐다가 복직한 교사가 출근하자 학생들과 동료들이 볼 수 있는 창고에서 대기하도록 한 학교 측의 조치는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학교법인인 A학원 이사장에게 교장과 행정실장에게 주의 조치를 내리고, 유사한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학교 교사인 B씨는 앞서 교육청과 수사기관에서 A학원 이사장과 관련해 불리한 진술을 했다가 해임처분 됐다. 이후 복직에 성공해 출근했는데, 학교 교장 등이 교무실이 아닌 통합지원실 물품보관 창고에서 대기하도록 지시해 인권침해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가 조사를 진행한 결과 실제 이 학교 행정실장은 B씨가 출근한 뒤 교무실이 아닌 창고에서 대기하도록 한 사실이 확인됐다. 교장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별다른 시정 조치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B씨는 물품보관 창고에 있는 학생용 책걸상에 앉아 대기하고 있었고, 주변을 지나던 학생과 동료 교사들이 그 모습을 목격한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 측은 복직을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B씨가 갑자기 출근해 근무 장소를 마련할 시간이 없었고, 교무실에 빈자리가 없어 다른 공간에 대기하도록 했다고 해명했다. 또 창고에서 근무하도록 한 것은 아니었고, 다음 지시를 내리기 위해 3~4시간 정도 머무르게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피해자가 대기한 공간은 운동용 매트, 옷걸이, 가전제품 등을 보관하는 창고"라며 "교사의 지위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학생용 책걸상을 제공하는 등 해임 후 복직 교사에게 대기 공간으로 제공할 적절한 공간이 아니었다"고 봤다.
아울러 "부적절한 조치로 B씨는 어쩔 수 없이 해당 공간에서 대기해야 했고 그러한 모습이 학생 및 동료 교사들에게 노출돼 모멸감을 느꼈다"며 "학교장 등의 행위는 B씨의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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